무용한 문화생활(2018.04.07)

마묵 무용단 <통>(윤민석 안무)

by 루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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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윤민석이 이끄는 마묵 무용단 공연은 고 김기인 선생이 만든 '스스로춤'(후학들이 매년 공연한다)과 더불어 내겐 수수께끼 같은 무대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한국춤과 현대춤, 동양과 서양의 진부한 구분을 말 그대로 의미없게 만든다. 스스로춤이 몸으로부터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마묵은 오브제를 통해 몸을 제한하면서 역으로 몸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명상적인 분위기, 구도자적인 자세와 몸짓은 공통분모다.


안무가 윤민석은 프랑스에서 한동안 무용을 공부하고 무용단 활동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작품 주제에선 물아일체 같은 동양적 개념이 엿보이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아주 컨템포러리한 지점이 있다. 심지어 실험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작품 <통(通)>(불교무용대전, 성균소극장)에서 철제 프레임 장치(공사장의 비계 같은)와 거기서 떼어낸 쇠봉(두 가닥으로 된)의 활용은 신선하고 좁은 소극장이어서 더욱 몰입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쇠를 다루는 신중함과 쇠가 부딪히는 소리의 효과까지) 몸과 오브제를 마주치게 해 몸의 물성과 질감을 더 두드러지게 하려는 시도 같기도 하다. 당연히 불교적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한 설정이겠으나 쇠를 다루고 관계맺는 몸과 그 움직임 자체가 더 흥미로웠다.(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해석은 피하고 싶다.)


김석중, 강민경 두 무용수는 한두 해 전 마묵 무대에서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조율이 잘된 악기 같은 몸을 지녔다. 아니면 대장간에서 불에 달구고 두드려가며 공들여 만들어진 연장(도구) 같은 몸이랄까. 거칠고 성긴 느낌도 있지만 고요한 폭풍 같은 에너지가 흐른다. 작품 내내 두 출연자와 철제 오브제 간에 긴장감 있는 컨택이 계속된다. 해체되어 있던 비계가 다시 하나씩 연결되어 무대에 세워지듯, 움직임도 서로간의 관계도 삶의 무게도 겹치고 쌓이고 엮이며 하나의 굴레가 된다. 그렇게 철컹거리며, 기우뚱하며 함께 끌고 밀며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몸짓의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일본 부토를 연상시키는 지점도 분명 있다.(몸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만큼 몸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무대는 흔치 않다. 소극장만의 매력도 있지만, 지나치게 낮은 천장, 협소한 무대 폭 같은 공간적 한계는 아쉽다. 자유소극장이었으면 더욱 빛났을 무대.


이 작품은 '불교무용대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성균소극장에서 4월 6~8일 사흘간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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