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의 독무 <바이올린 페이즈>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중 3부 '바이올린 페이즈' by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 서울박스.
60대로 보이는 안느 테레사가 흰 모래로 덮인 무대에 선다. 심플한 원피스에 운동화, 머리는 뒤로 단정히 묶었다. 미니멀리즘과 반복, 변주. 단순한 동작으로으로 모래 위를 선회하며 서서히 원이 만들어지고 원 안에 선이 그어진다. 음악과 조화로우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한다. 멀리서 보면 자못 심심한 무대일 텐데 가까이서 보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생기가 감돈다. 동작의 진폭도 조금씩 커진다. 그래봐야 약간 발을 올린다든가 소리를 낸다든가 스커트를 들어올린다든가 하는 정도다. 어려운 동작도 없고 당연히 서사도 없다. 그저 몸 자체의 아우라와 켜켜이 반복되며 쌓이는 움직임, 묵묵한 몸짓이 남기는 모래 위의 흔적뿐. 그래도 그 심드렁한 아우라가, 정성스레 내딛는 스탭이, 단순하지만 힘있는 몸의 리듬이 그저 좋다. 꾹꾹 눌러쓴 담시 같다. 82년 초연된 작품.
컨템포러리 무용의 중심지인 벨기에를 대표하는 무용단 중 하나가 안느 테레사가 이끄는 로사스 무용단이다. 36년 전 무대를 한국까지 와서 직접 재현하다니 의외이고, 이 16분짜리 공연을 보겠다고 이삼백 명이 찾아오다니 놀랍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다원예술프로젝트는 매달 하나꼴로 프로그램이 잡혀 있다. 예술감독이 누군가 보니 역시 김성희. 모다페, 페스티벌 봄을 기획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감독으로 개관공연 라인업을 짰던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