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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Jan 10. 2023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상품명 매뉴얼을 바꾸게 되었을까

다시 만든 윙잇 상품명 매뉴얼


들어가며

프로덕트 디자인 중심 업무 외에 어떤 것으로 회사를 더 좋게 만들었는가? 돌이켜보니

단언컨대 상품명 매뉴얼을 리뉴얼한 것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가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담당부서인 상품기획팀에 제안하고 협업하여 완료했어요.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던 만큼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 회고를 정리해 보았어요.


1.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상품명 매뉴얼을 바꾸게 되었을까?
2. 상품명 매뉴얼의 원칙
3. 규칙을 만들려면 정보의 위계 정리부터
4. 매뉴얼 적용 및 배포하기
5. 프로젝트 회고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상품명 매뉴얼을 바꾸게 되었을까?


상품명은 커머스 서비스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중요한 정보예요.

상품명이 적힌 상품 카드는 홈부터 커뮤니티, 주문 상세 내역까지 대부분의 화면에서 노출돼요.

이 말은 항상 화면을 그릴 때, 상품명을 고려한 판단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천 개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MD님들이 매일 수십 개의 새 상품을 등록하고 있으니 상품명을 통일성 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작성할 규칙은 매우 중요하겠죠?


있는 그대로 쓰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당연히, 그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대로 쓰더라도 상품의 다양한 특성들을 어떻게 규칙적으로 보여줄지가 필요해요.


1. 상품명의 통일성은 상품 인지를 쉽게 한다. → 상품 담기율을 높임에 기여한다.
2. 명확한 작성 규칙은 상품명 작성을 쉽게 한다. → MD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그렇지만 기존의 상품명 규칙은 정보에 대한 정의, 정보 간의 위계 그리고 Do와 Don’t 가 부족했어요.

정보 위계가 명확하지 않아 상품들마다 정보의 순서가 달랐고, MD님들은 담당하는 상품의 셀링 포인트를 돋보이기 위해 상품명에 작성하는 방식이 각기 달랐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상품명에 불편을 겪는 고객님들의 피드백들이 다수 있었어요.


고객 1 : 상품명이랑 상품 사진이 다를 때가 있어 불편해요.
고객 2 : 상품명이 복잡해서 가시성이 저하돼요.

고객 3 : 상품의 브랜드가 눈에 안 들어와요.

고객 4 : 받은 상품에 적힌 이름과 구매한 상품명이 달라 혼란스러웠어요.


고객의 사용성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상품명도 UX Writing이다.' 라는 생각이 분명해졌어요.


그래서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담은 매뉴얼 초본을 제작해 상품기획팀에 제안드렸고,

본격적으로 상품명 매뉴얼 리뉴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어요.




상품명 매뉴얼의 원칙  


1. 윙잇의 상품명은 실제 패키지 내 표기된 상품명을 간결하게 작성해요.

서비스에 노출되는 상품명과 실제 패키지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탐색 단계와 상품 수령 시 겪으실 수 있는 고객님의 혼란을 방지해요.


2.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최우선으로 작성해요.

판매보다 구매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여 더 좋은 상품을 선택하실 수 있도록 도와요.


3. 상품 각각의 강조보단, 직관성과 통일성 그리고 쉬운 사용성을 고려해요.

모두가 약속한 기호를 사용하고, 순서에 맞게 작성하여 이룬 통일성은 고객님의 상품 탐색을 수월하게 만들어요.


위의 원칙들은 이 매뉴얼을 바라보는 모든 관계자 분들의 이해를 돕고, 방향성을 잃지 않게 세워졌어요.

덕분에 새로운 케이스를 발견했을 때 판단의 기준이 분명했고, MD님들의 질문에 답변드릴 때 공감을 이끌어내기 수월했어요.




규칙을 만들려면

정보의 위계 정리부터


원칙을 정했으니,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할지 규칙을 만들었어요.

어떤 정보들이 상품명을 구성할 수 있는지 개념을 먼저 정리한 뒤, 위계를 세우고 다양한 세부 규칙들이 생겨났어요.


아래는 상품명을 구성하는 정보들의 순서예요.


1. 브랜드명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 업체 이름이에요. 특별정보가 없다면 항상 대괄호 [ ]를 사용하여 패키지명과 분리해요.

예 1) [홀리데이키친] 로얄 비프 찹스테이크 밀키트

예 2) 창억떡 삼색 찐송편 3종 ➡️ [창억] 찐송편 3종


2. 상품명

'실제 패키지 내 표기된 상품명을 작성하기' 이건 원칙이자 규칙이 되었어요.

이전까진 USP 강조를 위해 상품명의 앞뒤로 덧붙여지고, 또는 완전히 다른 상품명이 붙는 경우도 있었어요.

(*USP : User Selling Point, 제품의 강점 또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


이로 인해, 실제로 상품을 받아본 고객님들이 구매한 상품명과 패키지 이름이 달라 혼란을 겪는 문제까지 발생했었구요. 결국 규칙에 맞게 대부분 개선되었어요.

예) [페이보잇] 이열치열 화르륵 불냉면


단, 예외가 있어요.

1) USP 노출이 고착화되어 단어를 삭제하면 오히려 기존 유저의 인지가 크게 떨어질 수 있거나,

2) 농수산물의 경우 ‘국내산‘, ‘GAP’과 같이 고객님의 선택에 유리한 특성들은 표기하여 상품명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어요.

예 1) [고른] 프리미엄 양념 LA갈비

예 2) [자연의모든것] GAP 샤인머스캣 2kg

예 3) [평창] 국내산 노란콩 나또 2개입



3. 상품 특성 정보

상품의 중량, 인분, 일분, 낱개 수량, 종류 등의 정보가 해당돼요. 표기 순서 등 총 20개의 세세한 규칙들이 만들어졌는데요.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건 ‘부호 사용’이에요.

각 정보를 잘 나눠 보이게 하되, 전체가 깔끔하게 보여야 했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정보와 두 번째 정보를 나누는 부호, 같은 특성의 정보가 2개 이상일 경우들을 정리하여 '쉼표'와 '소괄호' 사용하는 규칙이 만들어졌어요.

예 1) [고른] 프리미엄 양념 LA갈비 750g, 1.5kg

예 2) [삼다수] 생수 500ml, 20개입 (무라벨,라벨)


4. 추가 설명

특성 정보를 제외한 보관 방법, 포함 상품, 세부 구성, 사용 방법 등의 다양한 정보들이에요.

예) [슈톨츠] 머랭 코팅 쿡웨어 11종 (인덕션 겸용)


5. 특별 정보

큰 할인이 적용되는 기획전, 한정 판매 등의 일시적인 정보로, 상품명 가장 앞에 붙게 돼요.

예) [시즌한정] 토마호크 시즈닝 스테이크 500g


6. 한 줄 설명

상품에 매력을 더하는 보조 장치로, 상품 카드 또는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상품명의 하단에 위치해요.

상품명이 간결해진 만큼 전보다 더 중요한 정보들을 담게 됐어요.




매뉴얼 적용 및 배포하기


9월 1일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매뉴얼을 완성한 뒤,

수천 개의 상품들을 MD님과 구글 시트에서 직접 고치고

개발팀에 마이그레이션 요청드려 10월 5일, 최종적으로 라이브에 적용되었어요. 짝짝짝



혹시나 정보가 잘못 옮겨질까 라이브 QA까지 마음 졸여가며 했던 날이 벌써 4달 전이 되었네요.

이후에도 신규 상품명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매뉴얼을 보완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부정적인 피드백은 0건으로, 작성 오류들은 이젠 찾기 힘들 만큼 감소했어요!


그리고 12월 말에는 상품명 피드백 업무는 상품기획팀의 에디터 파트로 이관되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로 문제가 개선되었고, 에디터 파트는 상품기획팀 소속으로 더 밀접하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어 R&R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뿌듯!

(지금도 종종 신상품 탭에 가서 상품명들을 확인하는 건 비밀이랍니다. 쉿…)




프로젝트 회고


이 프로젝트는 '솔직함'과 '유연함'이 가장 필요했어요.

R&R을 벗어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반갑게 보이지 않을 수 있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기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결과만큼 개인적으로 성취해낸 것들이 많아 뜻깊어요.   


1. 고착화되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최선을 다한 뒤엔 같은 일을 다시 돌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돌이켜볼 수 있어야 해요.


2. 인터널 프로세스를 개발 리소스 없이 개선했어요.

‘고객은 외부와 내부 모두에 있다.’라고 생각하며 인터널 프로덕트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서비스를 만들 기회를 기다리기보단 어떤 방법으로든 기여할 수 있도록 도전한 점이 뿌듯했어요.


3. 상품기획팀의 업무를 파악하고, 식품 커머스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됐어요.

상품기획팀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알게 돼, 여러 지점에서 '왜?'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초기에 빨리 더 넓은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끝으로,

‘상품 옵션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2월에 개선을 기다리고 있어 아쉬움도 있지만,

꽤나 솔직했던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제안을 유연하게 받아준 팀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상품명 매뉴얼이 앞으로 윙잇의 특장점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방향으로 잘 성장해나가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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