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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 Feb 07. 2022

지금 우리 학교는

데이터베이스형 스토리텔링의 모범 사례

재미있다. 왕따 문제 이런 건 그냥 좀비 이야기 하기 위한 구실로 살짝 넣은 느낌이고, 진지하고 심각한 사회 비판 의식 같은 건 없다. <오징어게임>과는 차별화되는 지점. 근데 난 차라리 이게 나은 듯. 어설프게 사회 문제를 논하느니 그냥 담백하게 재미에 집중하는 게 낫지.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사실 플롯이야 별 거 없고 좀 심하게 말하면 클리셰 짜깁기에 가깝다. 하지만 학교라는 특수한 배경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캐릭터들도 모에 요소를 조합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형적 캐릭터를 그냥 갖다 쓴 게 아니라 전형적 요소들을 조합하여 살짝 비틀었기에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요컨대 데이터베이스형 스토리텔링의 모범 사례.


아즈마 히로키는 <동물화하는 포스트 모던> 에서 모던 스토리텔링과 포스트모던 스토리텔링의 근본적 차이를 예리하게 통찰한 바 있다. 근대적 이야기들은 당대의 시대정신, 지배적 사상이나 정치/종교적 이데올로기 등에 토대를 둔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소설이나 영화의 "주제"가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바로 '커다란 이야기'이며, 사실 잘 만든 모든 '작은 이야기'들은 '커다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나누어 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는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지를 배운다.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다. 반면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지배적 이념 구조와 그것을 표현하는 '커다란 이야기' 같은 게 없다. 대신 DB가 있을 뿐이다. 흥미로운 상황, 매력적인 캐릭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요소들이 조합된 이야기를 향유한다. 애초에 '거대한 원전'을 논하기 어려운 시뮬라크르의 시대. n차 저작과 모에 요소가 득세한다.




너무 신파라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 드라마는 신파라기엔 감정선이 다소 거칠다. 성의가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이 우는 장면은 많이 나오는데 같이 눈물이 나는 장면은 생각보다 적다. 술을 안 마시고 봐서 그런지도;;; 눈물을 짜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들도 있지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가깝다. 탈출 게임 뉘앙스가 너무 강하기 때문인 듯.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의 과잉된 감정이 그리 거슬리진 않는다. 왜냐?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다소 과장된 제스처도 어색하진 않다. 아이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물론 중후반부터는 반복되는 전개에 좀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이건 플롯이 부실한 DB형 스토리텔링 자체의 한계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하지만 캐릭터가 절반인 드라마다. 그렇다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난 1화부터 얘가 진.히로인이라고 생각했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츤데레 무쌍 미인, 최고다.


그 외엔 소드마스터랑 썅년 캐릭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둘 다 마음에 들었어. 아 한 명 더한다면 너무 전형적이지만 양궁소녀 정도? 아, 한 명만 더 언급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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