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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 Happy Birthday to You!!!

ㅡ 18번째 생일을 축하해!

by Anne

고사미의 18번째 생일이었다.

고사미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외식을 할까 했는데

"엄마 아무리 잠시라도 지금은 그렇게 밥 먹을 시간은 안될 것 같은데요. 그냥 시험 끝나고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한다.

"밥 한 끼인데, 너 스카 근처 식당에서 밥만 먹고 들어갈래?"

"저 진짜 괜찮아요. 내일 저 그냥 친구들이랑 밥 먹고 공부할게요."


전날 생일날 일정을 물었더니 그냥 평소대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서운해할까 봐 남편이랑 작은 케이크하나를 준비했다.

고사미가 보통 집에 오면 11시-12시쯤 되니까 씻고 나오면 생일날이 될 테니 그때 생일케이크 초를 불게 해 주면 좋겠다 싶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으러 들어간 고사미.

남편이 케이크를 준비하고 나는 둘째 아이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긴긴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정말 12시가 넘은 아들 녀석의 생일날.


케이크에 초를 켜고 거실불을 끄고 요란스럽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고사미가 멋쩍어하면서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한 거야?" 하면서 입이 씰룩씰룩.

'좋아하는군!'


"ㅇㅇ아 생일축하해. 이제 정말 곧 어른이 되겠구나! 올해 남은 시간 잘 보내서 내년엔 진짜 멋진 남자가 되거라아아"


18개나 되는 초를 "훅" 불어서 꺼버리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양치했으니까 케이크는 내일 먹을게요. 저 자러 들어갑니다." 하고는 쿨하게 방으로 들어간다.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는 녀석에게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사줄게!"

남편이 묻는데,

"나중에요. 나중에!"


'오올.. 웬일이야? 사준다 그럼 막 기다렸다는 듯 사달라 그럴 줄 알았더니 그냥 들어가네.'


생일파티까지 하느라 자야 할 시간을 넘겨버려서 서둘러 잘 채비를 하고 누웠다. 그런데 자러들어간줄 알았던 녀석이 '딸깍'하고 안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 나 진짜 뭐 사줄 거예요? 나 갖고 싶은 거 하나 있긴 있어. 진짜 사줄 거야?"

"뭐야? 얘기해 봐."

"움. 웃지 말고 들어. 나 있잖아. 엔믹스 이번에 나온 앨범 한정판. 사주세요."

"뭐? 누구? 아니... 넌... 그게 왜 갖고 싶은데?! 엔믹스가 누구야 "

"오빠가 좋아하는 아이돌이지."

언제 따라 들어왔는지 둘째가 말을 얹는다.


'아니 운동화, 후드티 그런 거 아니고 아이돌 앨범이 갖고 싶다고?

아이고야. 이 고사미야.

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 웃지 않기로 했고! 사주기로 했으니! 사줄게. 사주믄 되잖아.'


"엄마. 고맙습니다. 주문할 때 한정판 포토카드도!"


아들 녀석은 야무지게 구매링크 보내주고 나는 또 그걸 생일선물이라고 사줬다. 18살이나 먹은 고사미에게.


엔믹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면 힘이난 다나? 아침에 내차에서 그렇게 듣던 노래가 엔믹스 노래였구나. 너에게 힘과 위로를 주었다니 엔믹스에게 고마워해야겠다.


엄마의 따뜻한 한마디보다 엔믹스의 노래가 고사미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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