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밥때가 어딨어? 그냥 맛있게 먹어.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작은아이가 저녁을 먹지 못했다고 배고프다고 연락이 왔다.
"엄마. 오빠 데리고 가기 전에 좀 일찍 오셔서 오빠학원 근처에서 밥 먹으면서 기다리면 안 돼요? 나 연습하느라 저녁을 못 먹었어요."
저녁에 입맛이 없어서 그냥 안 먹을까 하고 있었는데 작은아이가 배고프다고 혼자 먹기 싫으니 같이 먹자고 한다.
"그러지 머. 엄마가 데리러 갈게. 기다리고 있어."
작은아이 데리고 한티역에 오니 8시 반.
차를 세워두고 학원가를 걸었다.
아직 아이들이 쏟아질 시간이 아니고 이미 저녁을 먹고 다들 들어간 시간이라 거리가 한산했다. 삼삼오오 커다란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고 다니며 '야. 너 몇 점이야? 아. 이번 문제.. 어쩌고 저쩌고'이야기하며 지나간다.
"엄마. 다들 열심이다. 진짜 여기는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뭔가 공기가 다른 것 같아. 안 됐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다 열심히 사는 거지 뭐. 너도 열심히 살고 있잖아. 손가락에 굳은살 생길 때까지 연습하는 일도 대단한 일이야. 엄마는 너나 오빠나 둘 다 대단해."
두 살 터울 남매라서 티격태격 싸울 때가 더 많지만, 서로 다른 공부를 해서 그런가 서로가 하는 것에 대해 '나라면 못해'하며 인정해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둘 다 예민할 때라 열흘 중에 하루이틀 좋을까 말까 하는데 작은아이가 대치학원가를 지나가며
"오빠 힘들겠네" 한다.
'그르게 그럼 오빠한테 툴툴대지 말고 좀 잘해라. 싸우지말고오.'
9시가 되어가니 문 닫은 가게들도 많다.
작은아이와 가깝게 보이는 분식집을 들어갔다.
꼬마김밥 두 줄, 떡볶이를 시켰는데, 다이어트한다며 조금만 먹겠다는 녀석은 게 눈 감추듯 금세 다 먹었다.
"와. 이제 살 것 같다. 아까 중간에 밥 먹기가 좀 그래서 안 먹었거든. 엄마. 나 너무 많이 먹었나? 먹지 말 걸 그랬나? 아~살 빼야 하는 데에에..."
(응, 너는 아주 잘 먹었지. 엄마는 김밥 꼬랑지 몇 개랑 떡볶이 몇 개.. 먹었으니까.)
"아니야. 엄마도 많이 먹었어. 괜찮아. 충분히 이뻐. 네가 뺄 살이 어딨냐? 그냥 맛있게 먹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잖아."
배부르다고, 큰 길가 따라 걸어서 한 바퀴 돌고 나니 고사미 마칠 시간.
주차해 놓은 곳으로 오라고 하고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고사미녀석이 금세 찾아와 뒷자리에 가방을 척 놓고 앉았다.
"ㅇㅇ아 오늘도 열심히 했어? 밥은 잘 챙겨 먹었고?"
"오빠. 나도 있어."
"어. 알아."
아주 짧은 대화지만 즈그들만의 안부인사법이다.
지금은 니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바빠 그런 거 안다. 나중에 니들이 조금 더 컷을 때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보듬아 줄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