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떠오르는 K막내딸 미오기
SNS에서 서평으로 이미 유명했던 김미옥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본인이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고 이르며 어마어마한 책을 읽고 서평을 썼는데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뻔하지 않은 서평으로 이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이다.
나도 간혹 제목만 보고 말았던 책의 서평을 읽고 '재밌겠네..!'하고 집어 든 책도 있으니
우리 어릴 때 쓰던 독후감도 느낌과 생각을 잘 담으면 뭇사람들을 현혹시킬만한 멋진 글 한편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나도 글 쓰는 게 재미있고 좋았지만 떠오르는 생각이 없을 때는 책을 집어 들고 소개하는 글로 시작해야 연필을 잡기가 수월하다.
그래도 그렇지..
퇴직 후 3년 만에 800권을 읽고 서평을 썼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서점에 딸아이와 놀러 갔던 어느 날
부러 작가님 이름검색으로 김미옥작가의 책을 모조리 찾아보고 있었는데 제목도 재미있었던 '미오기전'은 그 자리에 서서 다 읽었다.
문체가 간결하고 이야기하듯 술술 읽혀서 정신없이 읽고 나온 기억이 있다.
60대 정도 되신 것 같은데
그 시대의 가난, 딸. 여자로 살아온 본인의 삶을 이야기한 자전적 에세이다.
고단하고 암울했던 시절에 지고 싶지 않았던 미오기는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오롯이 내가 주인공인 삶으로 바꾸는 멋진 사람이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을 시트콤같이 짧게 짧게 풀어주어서 순식간에 읽혔다.
작가는 어려운 순간에도 늘 놓지 않았던 것이 책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만들어준 것도 유명한 사람을 만들어 준 것도 바로 독서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미옥기전을 읽으며 소설캐릭터인 빨강머리 앤이 떠올랐다. 내가 앤을 좋아해서 금세 떠올랐겠지만 미오기와 앤이 참 많이 닮아 보였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좋았던 것을 찾아내고 작은 것에서 즐거움과 감사함을 찾아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 비슷하다고 느낀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그냥 두고 나올까 하다가
가끔 미오기의 삶이 보고 싶어 질 때 읽으려고 계산하고 들고 나왔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본인이 쓴 서평들 중 최애 책소개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같이 계산하려다가 내려놓고 온 것이 아쉽다. )
미오기전은 김미옥작가의 과거이야기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서글픈 기억이 인생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며 쓴 글이며 쓰다 보니 웃게 되고, 웃다 보니 유쾌해졌다고 했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운은 어쩔 수 없어도 성격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 무서운 생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