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수능 80일 즈음 남은 시점부터 써 내려가는 엄마일기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잡는 일보다
갑작스레 취소되는 일이 더 반가운 대문자 I 성향의 나.
고3엄마가 되고 난 다음부터는
고3엄마의 고충을 알아주는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나는 요즘 매일 집순이로 사부작사부작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순이생활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사실 올 3월 고3이 된 아들 녀석을 등교시키면서
너 공부하는 동안 엄마도 뭐라도 해 볼게... 했는데
글 한 번 쓰기도 귀찮고 피곤했고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너무 내려 앉아 버려서 꼼짝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더더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애들만 챙기고 집안만 살피고 지낸 것 같다.
그렇게 덥더니만
아침저녁 무더운 여름도 한 풀 꺾인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불어주니
시간이 훌쩍 갔다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매일매일 애쓰는 아이를 위해서 나도 뭘 좀 해 볼걸.
수능통장이니 성경필사니
100일 기도니 다들 난리인데
나는 그냥 하던 거나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 잊고 있던 아들을 위한 게시판을 다시 열었다.
아직 뭐가 좋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살필겨를 없이
매일 아침 교실 칠판에 숫자가 하나씩 빠지는 걸 보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고사미에게
엄마도 조용히 일상을 나누며 응원하겠다.
어차피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고
일찍 자라고 얘기해 주는 스윗한 녀석.
성적도 좀 그렇게 스윗해주면 좋겠지만.
다 욕심이것지.
오늘도 그냥 맛있는 저녁 먹고 스터디카페로 나간 아들에게
궁디팡팡해주고
다녀와서 먹을 과일 좀 씻어두고
커피 한 잔 하니 오늘도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