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앞부분만 쓰다 지웠던 나에게.

나는 글이 쓰고 싶었을 뿐.

by Anne

올해 큰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하였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에게 고등학생 아들이라니...

나이 듦에 서운함과 의기소침했었는데

새 학년이 기대되는지 새로이 받은 교복을 만지작거리며 신나 하는 아들 녀석을 보니 생기가 난다.


큰아이는

종업식을 1월에 하고 1월에 바로 졸업을 하였다.

긴긴 겨울방학을 두 달 만 잘 보내면...

그 시간을 아이들과 알차게 재미나게 잘 보내기만 하면...

새로 시작되는 학기와 함께

나도 '나만의 시간을 보내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올해는 뭐라도 하나 해 보자."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오로지 육아에 전념하며

그야말로 전업으로 지낸 시간이 17년 차다.


17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차암... 주부라는 일은 손에 익지 않는다.


혹자에게는 '주부의 일상이 머 특별한 게 있겠어?'라고

생각될지 도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는 특별한 일들의 연속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수많은 날들을 쌓고 쌓는다.

행여 무너질까 비뚤어질까.

웃고 울며.

어찌 보면 나하고는 전혀 연관 지을 수 없는

그래서 절대 나의 경력이 될 수 없는

나의 부캐릭터 (일명 부캐) '엄마'다.


나는 원래

방구석에서 혼자 노는 거 뒹구는 좋아했다.

밥 안 먹어도 괜찮았고

일기 쓰는 거 좋아했고

재미있는 소설책이나 그림책이면

이불 뒤집어쓰고 밤새 읽어도 좋았다.


그런 내가 '엄마'라니.


나처럼 이기적이고 게으른 자가

나만 보고 눈만 껌뻑이는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 머! 놀듯이 하면 되는 거 아냐?"

즐겁게 하다 보면 대학생활 즐거웠듯이 시간이 가겠지.

언젠간 졸업도 하겠지.

덥석. 덜컥 시작한

나의 부캐 '엄마'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꼬박 17년 해를 지나고 있다.




감사하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고

부족한 나에게

'엄마'라는 부캐를 만들어 주었으니까.


'엄마'가 아니면.

경험해 볼 수 없는 삶을 선물해 준.

비록 내 이력서 경력 한 줄은 채워 줄 수는 없지만

이야기가 넘쳐나는 일상으로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내 소중한 일상을 기록하며.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꿈꿨던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

나는 오늘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는 무언가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에 도전하고 작가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졌을 때의 감동이란...!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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