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7 의외의 조합

ㅡ 주어진 대로 살뜰히 살다 보면 답이 될 수도 있어.

새벽밥 지어서 식구들 내보내고 나서 폭풍 집안일을 끝내고 나니 갑자기 매콤한 게 먹고 싶어 졌다.

며칠 전 이럴 때를 대비해서 먹어야지.. 하고 사두었던 쫄면키트가 있어서 물부터 끓이기 시작했다.

새콤 달콤 매콤한 쫄면을 아침부터 먹자니 너무 과한가 싶어서 곁들일 야채를 찾아 냉장고를 털어보았다.

야채라고는

며칠 전 루꼴라치즈 샌드위치를 싸주고 남았던 루꼴라 조금.

아침에 도시락 싸주고 남은 계란말이 4조각.

모.

이정도믄 훌륭하지 싶어

보통 쫄면엔 오이나 상추를 곁들이는데

그 조합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과는

의외로 맛있었다.

소스의 새콤 달콤 매콤 + 루꼴라의 고소 쌉싸름.

생각지도 못한 조합인데

내 입맛에는 딱 맛있더라.

20년 차 주부는

가끔 냉장고털이 요리를 하게 되는데

남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보면

창조 아닌 창조를 하게 되고

또 의외의 조합으로 맛있는 음식이 탄생? 하게 되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었던가.. 하고.ㅎㅎ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주어진 대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살다 보면

때로는 자연스럽게 정답을 얻어가기도 한다.

SNS 속 타인 또는 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에헤이... 이거 없네. 난 이런 것도 없네...'

없는 것만 보인다.

요즘 청소년들이 지나친 SNS활동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도 당연한 결과이다.

어른들도 거르기 힘든 감정들이 밀려오는데

말랑말랑한 우리 애들이야 감당할 리 만무하다.

냉장고 속에 백화점 냉장고처럼 고급재료가 넘쳐난다면 그 어떤 요리가 어렵겠냐만은

때로는 소박한 우리 집 냉장고에서 훌륭한 요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어진 재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진 것을 면밀히 살피게 될 거고 또 잘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도 하겠지.

그러다 보면 훌륭한 요리도 만들어지겠지.

엄마는 그저 너희들의 마음 냉장고에 신선한 재료가 잘 담기도록 열심히 도와줄게. 너희들은 주어진 재료 안에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기를.

의외의 조합에서 멋진 너희들만의 요리가 만들어질 테니까.

쫄면에 루꼴라의 조합이 의외로 맛있어서

오늘 개똥철학을 펼쳐보았어.

쫄면과 신선한 루꼴라 계란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