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약국원정대
중고등자녀를 키우다 보면 끼니만큼 신경 써서 챙겨 먹이게 되는 비타민의 세계가 열린다.
아이들이 집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고 학교급식, 빠듯한 학원시간 때문에 학원 근처서 끼니를 대충 때우는 일이 잦다 보니 엄마들은 행여 영양이 부족할까 싶어 그러는지 비타민을 그렇게 챙겨먹이는 거다.
나도 애들 중학교 때까지는 거의 집에서 저녁을 먹였고 아이들도 집밥을 좋아해서 비타민까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아침에 부쩍 피곤해하고 저녁까지 학원이나 연습실에서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들어오니 그제야 비타민생각이 났다.
친하게 지내는 교회동생이 아이들 챙겨 먹이면 좋다고선물 해줘서 애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는데 애들이 아침에 먹으면 오전에 덜 피곤 한 거 같다고 하고 그래서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때 되면 비타민쇼핑원정에 나서게 된 거다.
시중에 여러 종류의 좋은 비타민들도 많고 값도 천차만별 그 종류도 너무 다양해서 이게 딱! 좋다.라고 할 건 없지만 이것저것 먹어보더니 먹기 편하고 효과 좋다고 하는 것들 몇 개를 주욱 챙겨 먹이고 있다.
그중 수험생들에게 필수템이라는 비타민이 있는데 수험생에게 좋다고도 하고 아이들이 먹기에 부담 없다고 해서 떨어지지 않게 사두는 게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역마다 약국마다 가격이 조금 다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때문에 엄마들은 개당 단가를 따져서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먼 동네까지 다녀오곤 한다. 나도 두 녀석을 먹이려다 보니 여러 박스를 구입하게 되는데 여러 박스를 구입하면 동네약국보다 싸게 살 수 있어서 친한 동생과 분기별로 한 번씩 약국 원정을 떠난다.
약국원정을 위해 반차를 낸 동생을 위해 나는 아침에 텀블러에 시원하게 아이스커피를 내려서 준비하고 오래간만에 장거리로 움직여야 하니 차에서 수다 떨면서 먹을 간식도 준비한다.
며칠 전 둘이 시험기간을 앞두고 약이 떨어져서 구입하러 다녀왔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약을 쌓아두고 파는 약국이었는데 벌써 우리 앞에 서너 명의 엄마들이 몇 박스씩 계산하고 있다. 우리도 뒤질세라 필요한 만큼 박스를 내려 계산줄을 서고 괜히 뿌듯하다.
'이게 뭐라고...ㅎㅎ
니들은 공부만 열심히 해주면 되는데 엄마들은 공부를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이거라도 사다 줘야 맘이 편한 걸 어쩌겠나.'
계산대옆에 '강남 수험생에게 인기 많은 안약.'이라고 쓰여있다. '앗. 저거 본 적 있는데...'어떨지 몰라 살까 말까 하던걸 집어 들어보았다.
"그거 애들이 많이 쓰는 거예요. 졸릴 때나 눈이 피로할 때..."
"언니. 우리도 이것도 하나씩 사가자. 애들 한번 써보라 그러자."
동생이 얼른 집어 들며 계산대에 올려둔다.
둘이 쇼핑백가득 담아 들고 나오면서
"배고프니까 밥 먹고 가자. 이 동네 맛집 찾아볼까?!"
하고 맛있는 동네밥집서 밥까지 먹고 차 한잔 마시고 돌아오니 애들 하교할 시간이네.
그간 좀 무료했는데 나들이도 하고 오래간만에 수다도 떨고 콧바람 자알 쐬었다. 그런데 기름값에 밥값에 커피값이면 동네에서 사도 될 뻔 한 값인 건 안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