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학교나들이
나는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게 참 어렵다.
그중 제일 어려웠던 게 학부모모임인데, 요즘 어머니들은 어쩜 다들 그리 밝고 예쁘고 사회성들이 좋으신지 금세 친해지고 초등학교 모임엄마들 모임이 고등까지도 모인다고 하니 그 모임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름 중요한 비즈니스이기도 허다.
나도 큰아이 초등학교를 보내고 딱 한 번 나갔었는데 서로 통성명하고 인사 몇 번 나누고는 조용히 사라진 뒤로 다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사이는 있었지만 '반모임'은 어떻게든 피해서 나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6학년 때 큰아이가 초등학교 컵스카우트 대장을 하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대장엄마로 단상에 올라갔던 날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학교일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건 녹색어머니활동이었는데 전교생엄마들이 나눠서 아침 등교지도를 하는 건데 내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거고 혼자 잠시 나가서 아이들만 지도하면 되는 일이니 해마다 꼭 참여했었다.
중고등학교는 진로상담할 일 아니면 진짜 더더욱 학교 갈 일이 없는데 특이하게 시험감독이나 급식모니터링 봉사를 자원받는 학교들이 있다.
큰아이학교는 없는데 작은아이학교는 시험감독봉사가 있어서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신청해서 다녀오곤 한다.
시험감독은 정감독인 학교선생님의 보조로 같이 들어가서 선생님을 돕는 역할인데 교실뒤쪽에 서서 아이들을 보고 혹시 시험도중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할 때 동행한다.
시험감독은 아이들 교실에 들어가서 가까이 볼 수있기도하고 아이들이 숨죽여 열심히 문제 푸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건데 그 순간이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봉사하고 나오면 괜히 뭉클하다. '내 아이도 이 시간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하고 있겠구나. 저렇게 아이들이 애쓰고 있구나. '
한 시간 꼬박 서있는 건 조금 힘든 일이지만 아이를 공감할 수 있는 뿌듯한 학교일이다.
오늘도 시험감독 봉사를 다녀왔다.
고등학교시험감독은 또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고3반을 배정받고 더 긴장되었다.
이번중간고사는 고3한테는 졸업고사이다. 작은아이 학교는 예술학교라 이맘때 수시 실기시험이 겹쳐서 아이들이 실기준비로 시험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 그냥 말 그대로 졸업고사이다. 모든 성적은 1학기에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졸업고사를 잘 보고 싶은 아이는 졸업식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전교권아이들 뿐이다. 대부분은 실기연습에 매일 강행군이라 완전 좀비 같은 모습으로 겨우겨우 하루 살고있는터라 시험이고머고 시험지 받자마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절반이었다.
나는 고3반이라고 긴장하고 들어갔건만 시험 시작하고 10여분 지나니까 정감독선생님과 나 그리고 반에서 1.2.3등 할 것 같은 아이들 서너 명만 깨어있는 거다.
이 상황이 웃겨서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얘들아 문제는 풀고 자야지. 자자 이름쓰고오오오."
아이들은 푹 자고 나는 꼬박 한 시간 서서 벌서고 나온 것 같았지만.
치열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끝내는 졸업고사를 치르는 아이들을 보니 뭉클했다. 예중, 예고는 거쳐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또 다른 세계이다. 아이들이 잘 견뎌준 지난 시간과 곧 다가올 입시까지 무사히 잘 마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나왔다. 그나저나 훤칠하게 잘생긴 무용과 녀석은 자고 일어나서 얼굴에 옷자국이 남았는데도 멋지더라.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