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간식을 만들며.
수시접수도 끝났고
역대급 N수생, 황금돼지띠 수험생.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올해 고3.
인터넷기사에 수시접수결과 의대정원이 원상복구 된 탓인지 최상위권학생들이 안정, 소신지원의 경향을 보이며 역대급수험생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권대학들의 경쟁률이 소폭하락했다고 한다.
그 말은 어딘가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있다는 얘긴데 그 뒷글은 읽히지도 않는다. 보나 마나 그래서 올해 입시는 예측이 안된다고 하겠지. 어려워졌다하겠지. 최상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3월 입학통보를 받기 전까지 추추추추합을 기다리며 맘을 졸여야 한다는 말이겠지...
2007년생.
황금돼지띠.
태어나면서부터 아주아주 이슈가 되더니만 대학입시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그런데 또 잘 생각해 보면 원래 해마다 입시는 어렵다.
쉬워서 어렵고 어려워서 어렵고,
많아서 어렵고 적어서 어렵고...
고3아이들에게 대입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다.
그건 건 30년 전인 나때도 그랬고...
우리 엄마 때도 엄마의 엄마 때도...
그런데 또 이상한 건 남의집 아이는 잘만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집 아이한테만 어렵다.
우리 집도 그렇고 옆집도 그렇고
윗집도 그렇고 아랫집도 그렇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잠이 오지 않았다.
책을 펴도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봐도 집중도 안되고 해서
그냥 벌떡 일어나 주방에 나갔다.
아침에 주려고 감자를 꺼내둔 게 보였다.
'감자나 좀 삶아둬야겠다. '
감자 한 바구니를 잘 씻고 껍질을 까고
냄비에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붓고
소금 조금. 설탕 조금 넣고 삶는다.
25분-30분 정도 삶으면 알맞게 익는데 그때 수분을 날리며 살짝 더 졸여주면 감자분이 살아나면서 포슬포슬 맛있게 익는다.
우리 애들은 삶은 감자에 버터 한 조각 치즈 살짝 얹어 치즈가 녹을정도만 데워서 주면 너무 잘 먹어서 종종 아침메뉴로 준비해 둔다.
'오늘은 미리 준비해 뒀으니 낼 아침준비가 수월하겠군.'
새벽에 달그락거리며 삶고 그릇에 예쁘게 담아두고 나니 이제 좀 졸리네.
예쁘게 삶아진 삶은 감자를 보니
어릴 때 삶은 감자를 엄청 좋아했던 큰아이의 모습이 스친다. 감자요리는 많고 많은데 큰아이는 담백한 삶은 감자만 좋아했다. 워낙 입이 짧고 강한 양념을 좋아하지 않아서 담백하고 구수한 삶은 감자가 제 입맛에 맞았나 보다.
수시접수 후 경쟁률을 살피더니
짧게 한숨을 몰아쉬며 "하면 되지머. 할 수 있어"하던 녀석.
흐려지는 말끝에 엄마는 괜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고사미야. 짱구야. 아들아.
감자나 맛있게 먹자. 맛있게 먹고 일단 고! 하는 거지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