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생각보다 맛이 있다는 게 함정.
나는 어릴 때 방과 후에 500원을 내면 종이컵 가득 담아주던 떡볶이가 가끔 생각난다. 떡이 다 불어버려도 친구와 수다를 나누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대며 분식집에 앉아 수다를 떨던 추억이 있다.
그 순간만큼은 시험도, 숙제도, 내일의 걱정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나에게 떡볶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청소년기를 버티게 해 주던 '힘!'이었다.
그런데 요즘 학교 앞에 컵 떡볶이 집만큼이나 많이 보이는 집이 있다.
바로 마라 전문점.
요즘은 매콤 달콤한 빨간 양념 대신 얼얼한 향신료 냄새가 학교 근처 골목길에서 솔솔 풍긴다. 뿐 아니라 라멘집. 쌀국수집. 초밥집.. 아이들의 음식지도가 어마어마하다.
그 많고 많은 음식 중 아이들은 왜 마라탕을 좋아할까.
마라탕은 선택의 음식이다. 배추도, 두부도, 분모자도,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백목이버섯도...
원하는 만큼 담아내며 자신만의 그릇을 완성한다. 매운맛의 단계도 스스로 정한다. 혀끝이 얼얼한데도 자꾸만 떠오르는 맛. 마라탕은 ‘나만의 레시피’를 찾는 청소년들의 작은 모험이자 챌린지로 자리 잡으며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닌 놀이가 되었다.
아마도 스스로 재료와 맛을 선택할 수 있고 개성 있는 '나만의 것'이라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나 보다.
우리 집아이들은 매운걸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마라탕. 마라샹궈에 입문한 지 겨우 몇 달째인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고 아주 매일 마라 타령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건 야채를 입에도 안 대던 녀석들이 마라탕을 먹어본 뒤로는 야채도 곧잘 먹어서 요즘은 고기육수샤부샤부도 잘 먹고 야채찜도 잘 먹는다. 마라탕 긍정효과다.
생각해 보면 우리 때도 청소년기의 음식은 언제나 매콤했다. 입 안이 얼얼하고, 속이 살짝 불편해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학교 앞 즉석떡볶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하도 조리를 해서 상처투성인 손잡이가 달린 검은 팬에 떡볶이에 라면사리 올리고 튀김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끝내줬는데.
나는 그때맛을 잊을 수없어서 짱아를 데리고 가끔 추억의 장소에서 떡볶이를 먹곤 한다.
그러면 나는 다시 고등학교시절로 돌아가 딸과 한판수다를 하고 나오면 재미있다.
아마도 그때의 나도 폭풍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매운 음식으로 그 속을 달래주었나 보다.
처음엔 낯선 음식과 식 재료 때문에 못 먹게 하기도 하고 엄마가 더 맛있는 거 해줄게 하기도 했는데 결국 먹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떡볶이었듯 아이들에게 마라탕은 소울푸드인 게다. 지금은 마라탕이지만 또 유행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매운 메뉴가 등장하겠지.
매운 마라탕을 먹고 달콤한 꿔바로우를 먹으며 깔깔거리던 시절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머 그런 의미라면
'그래! 먹어!먹어! 맛있게 먹어!'
엄마도 집에서 만들어보게 레시피 연구 좀 해야겠다.
그나저나 떡볶이 얘길 자꾸했더니...
떡볶이가 먹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