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수시원서 접수시작.
어제부터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쓰고 도장받고 하던 것을 요즘은 온라인으로 다해버리니 선생님과 상의 후 각자 학교 컴퓨터로 하거나 개인적으로 부모님과 집에서 접수하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된다고 하셨다.
일부는 오늘 마감되기도 하고 해서 오늘 아이랑 대화를 나누고 원서를 정리했다.
'가고 싶은 학교와 갈 수 있는 학교가 다르니 속상한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야.'
이런저런 상의 끝에 우주상향 하나쓰고 나머지도 본인이 가겠다고 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시간이 이렇게 금방 돌아올 줄 몰랐지.
작년 겨울방학에 '고3이다 시간 금방 갈 거다' 했을 때
네가 콧방귀 뀌었지?
봐라 이제 정말 코앞이다.
이젠 정말 아는 거 틀리지 않게 니 점수 지키는 거 말고는 없을 거다.
모두가 너처럼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까.
아들은 책상에 앉아 조용히 노트를 보고 있다.
오늘 머리가 좀 아파서 저녁 먹고 집에서 약 먹고 좀 쉬었다 나간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달력에 적힌 숫자가 줄어드는 게 두렵고, 사소한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오늘은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부모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아들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나는 아이 대신 점수표를 상상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걱정하고, 혹시 시험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불안은 나도 모르게 작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오늘 공부 계획 다 했어?”라는 질문을 반복하고, 너무 일찍 들어오거나 혹은 늦게 귀가하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이 크다고 해서 아이를 위해서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 수 있다. 우리 고사미는 이미 충분히 압박감 속에서 버티고 있는데, 부모의 흔들림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점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하기로 했다.
충분히 내 시간을 집중해서 보내는 것.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낸다.
마음이 뒤숭숭할 때 땀을 흘리고 오면 좀 개운하다.
씻고 자리에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실 때면 뻥 뚫리는 것이 잠시 복잡한 마음들에게서 좀 멀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일기처럼.
아이와의 지금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사실은 내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남은 65일 동안, 나는 아들을 믿는 훈련을 하려고 한다. 시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아들이 자신을 믿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내 마음이 안정될 때, 아이도 비로소 편안하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겠지.
오늘 저녁,
머리가 아프다고 '오늘 쉴까?'라고 하는 아들에게 약 먹고 조금 쉬었다 괜찮으면 독서실 잠시라도 다녀오는 건 어때?!라고 했다.
잠시 앉아 쉬더니
조용히 가방 챙겨서 나가는 고사미.
'하루 쉬게 할 걸 그랬나...'
나는 미안함과 불안을 글로 기록하며 다독이며 다짐한다.
'그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어. 불안해하지 말자. 우리 집 장남 짱구 한 번 믿어주자.'
엄마의 불안이 아이에게 가지 않게 다짐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