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과외선생님이 무례하다면?!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법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상대의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가지만,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워도 그 말이 자꾸 맴돈다. 왜 그 순간 대답을 못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무례했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밤새 이불킥을 날린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무례함은 피할 수 없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때로는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불쑥 찾아온다. 중요한 건 무례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내가 어떻게 나를 지켜낼 수 있는가이다.
나는 보통 무례한 상대의 말에 머리가 정지가 되면서 된통 당하고 마는데 그 자리에서는 멋쩍은 웃음으로 넘기지만 집에 와서는 괜히 씩씩거리며 집에 있는 남편을 잡는다.
그러면 남편은 나에게 얘기한다.
'늘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해답은 아니야.
불편한 말 앞에서 “그런 말은 저에겐 불편하네요.”라고 차분히 말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해. 그게 오히려 나를 존중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 너는 불편해도 참는 것이 예의라고 믿었겠지만, 그럴수록 같은 일이 반복되니 경계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상처를 막는 길이야.'라고 조언해 준다.
그 뒤로는 먼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잠시 떨어뜨려 놓는 연습을 한다. 나의 감정이 상대의 무례에 끌려가지 않도록 말이다.
모든 무례가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습관적으로 말투가 거칠 뿐이고, 또 어떤 사람은 의도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린다. 전자라면 가볍게 흘려보내도 괜찮지만, 후자라면 굳이 힘을 쏟아 대응할 필요가 없다. 애써 설득하려 하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나의 인간관계는 사회생활하는 사람들과 달라서 이론적으로는 대응하는 방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나와 그 무례한 사람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아이의 과외선생님문제로 좀 피곤했던 적이 있다.
나름 업계? 에서 유명하신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인데 뭔가 계속 고자세이신 것까지는 이해해드리려고 했지만, 아이에게 무례한 말투와 비난의 말을 한다는것이다. 과목을 어려워해서 학원도 아니고 과외를 부탁했는데, 신경질적인 말투로 이렇게 이해를 못 해서 뭐가 되겠냐는 둥, 엄마가 비싼 돈 주고 과외시켜 주는데 네가 부족하다는 둥... 아이의 자존감을 깎는 비난의 말이 더 힘들게 했을 때.
엄마인 내가 나중에 아이를 통해 들었을 때.
당장 쫓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아이가 자기가 부족해서 그러니 한 학기만 더 배워보겠다고 했을 때.
그 무례한 선생님을 대하는 방법을 잃었다.
내가 직접 상대하는 사람은 아닌데 내 아이를 계속 상대해야 하고 나는 아이를 볼모 잡힌 부모이기 때문에 그 선생님의 무례에 가타부타 대처할 방법이 없다.
나의 일이라면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라고 흘려보낼 수도 있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어른이면서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어린 학생을 상대로 그렇게 자기 힘을 과시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속상한 맘에 털어놓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당장 그만 두자 고 했지만, 아이는 지금은 그냥 자기가 그 선생님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 된다며 그러면 수업만 듣고 공부할 수 있다고 자기한테는 지금은 필요한 수업이라고 얘기할 때 내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였다.
나도 어디 가서 야무지게 내 감정을 내놓지 못하는터라 나를 꼭 닮은 애들이 속앓이를 했을 생각을 하니 너무 맘이 아팠지만, 오히려 자기는 괜찮다고 한다.
괜찮아져서 엄마에게 털어놓는 거라고, 그냥 하는 데까지 하고 자기가 앞으로 혼자 해보겠다고 얘기한다.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같은 무례가 반복된다면,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직장이나 가족처럼 완전히 끊어낼 수 없는 사이라면 최소한의 거리만 두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를 바꾸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지키는 일이니까.
한동안 아이는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감정적인 비난의 말을 참아내고, 심지어는 과외시간도 당일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무례를 견뎌야했다. 나도 입을 꾹 닫고 있었고 아이는 필요한 수업이 다 마쳐질때까지 예의를 갖춰 수업을 마쳤다. 아이는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 무례에 거리를 두며 무뎌지기를 선택했고 나는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꼭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냥 감사인사로 수업을 마쳤을 때 아이는 시원해했고, 나는 시원해하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 울었다.
"사랑하는 짱구야!
그래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지.
짱구야 너는 누구에게든 무례하지 않도록 늘 상대에게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힘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 엄마가 더 잘 알아보지 않고 너에게 힘든 공부를 시켜 미안하네.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힘들겠지만, 그럴 때마다 너는 스스로에게,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다.'라고 다짐할 수 있기를. 그렇게 내 감정을 지켜내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너는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거야.
결국 중요한 건 상대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네가 너를 대하는 태도야. 무례함을 겪어도 무너지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이번 선생님과의 일은 네가 잘 참아낸 거야.
진짜 잘 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