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물 한 모금도 조심해야 할 때.
하교하고 집에 온 아들 녀석이 들어오자마자
"엄마 나 온몸이 간지러워."
하며 배를 벅벅 긁는다.
"아니. 왜? 긁지 마. 어디 보자."
옷을 들어 올리고 배를 보니까 피부발진이 난 거다.
"아니. 왜 이러지? 너 오늘 뭐 먹었어? 먹은 거 다 얘기해 봐."
어릴 때부터 음식이나 고양이털, 꽃가루, 갈댓잎, 조개, 먼지, 바람.... 머 이런저런 거 다 알레르기였던 녀석이어서
걱정스러운 맘에 다급하게 물었다.
"머 특별한 거 없었는데
그냥 급식 먹고
매점에서 음료하나 사 먹고 과자하나 먹고
새로운 거 없었는데."
하는 거다.
일단 약부터 먹이고
학교급식메뉴 찾아서 확인해 보고 아이몸을 뒤적뒤적하는데
왜 눈물이 글썽여지는지 모르겠다.
아이몸도 걱정되고
중요한 시기에 아이가 아플까 봐도 걱정되고
시험이나 공부 때문에 아프지 않아야 하는 상황도 싫었다.
열도 살짝 오르고 하길래
컨디션 더 나쁠까 싶어 얼른 밥 끓여 먹이고 한숨 재우는데
나는 무엇을 제일 두려워했을까.
나는 왜 아이에게 뭐 먹었냐고 짜증을 냈을까?
지금 누구보다도 제일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더 따뜻하게 해줬어야 하는데
"오늘 하루 공부 못하겠네.."라고 해버렸다.
나쁜 엄마.
아이는 한숨 자고 일어나더니
괜찮은 것 같다며 조금만 공부하고 오겠다고 나갔다.
고사미를 보내고
너무 속상해서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