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일평생 지각을 해본 적 없는 나다. 이눔아.
일요일 저녁은
월요일인 내일 때문에
자고 싶지 않은데 빨리 자야 하고
피곤한데 잠도 안 오고
교복도 다려놔야 하는데 하기 싫고
내일 도시락반찬은 뭐 하지?!
낼은 날씨는 괜찮나?!
그냥 하면 될 것을
하기 싫어 온갖 핑계를 대는 중이다.
내일 비소식.
월요일인데 비 오면
진짜 최악.
큰아이는 학교가 동네라 그나마 나은데
둘째 아이는 학교가 멀어서 늦장부리다간
길에서 한 시간을 꼬박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자라자라자라. 그만하고자자.. 해도
애들도 월요일이 두려운 건지
일요일을 보내고 싶지 않은 건지
둘이 키득거리며 야식파티 중이다.
내일 이놈들 늦잠 자겠는데에...
나만 일찍 일어나면 머 해?
새벽에 도시락준비하고
남편 아이 둘 깨우느라 발바닥에 불이 나게 이방 저 방 돌아다녀도
"5분만요."
"10분만요. 아니 10초만요."
"지금 나가요. 일어났어요."
"옷 입고 있어요."
내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해야 아이들이 저벅저벅 걸어 나온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이들
씻어둔 과일 입에 쏙쏙 넣어주고
비타민먹이고
씻어라. 입어라.
"물통. 핸드폰. 지갑...
챙겼어?!"
주방을 대충 정리해 놓고
둘째와 아빠가 먼저 출발하면
나는 큰아이를 태워 출발한다.
신발장서부터 서서 어서 나와라 나와라 해서 나가는데
참 묘하게 5분이 부족하다.
그럼 차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한테 잔소리가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꾹 참고
개그맨 김영철의 라디오를 들으며 삭힌다.
그래 가자 밟고 가면 되지.
생전 지각을 해본 적 없는 나는
서둘러 걷는 것도 싫고
약속장소에 늦는 것도 싫다.
다 모인자리에 주목받으며 들어가는 게 싫어서
어디든 늘 일찍 들어가 앉아있던 나는
정말 힘든 일이다.
벌점이 무서워 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싫어서
열심히 달린 덕에 겨우 지각을 면했다.
오늘 아침엔 와이퍼를 켜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쏟아지는 궂은날이라 걱정했는데 다들 일찍 서둘렀나 보다.
늘 차가 많았던시간에 오히려 차가 없더라.
지각했으면 내리는 아이의 뒤통수에 잔소리를 할 뻔했는데.
너 오늘 운 좋았다.
낼은 '5분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