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실전연습.
우리 집 장남 짱구
고사미가 9월 모의고사를 보러 갔다.
고등학교 입학하면 수능모의고사를 1학년부터 보게 되는데
3모. 6모. 9모... 모 이렇게 얘기하는 게 그 시험.
수능모의고사다.
실제 수능시험과 같은 형식과 시간표로
8시부터 5시까지(제2외국어포함 시) 꼬박 꼼짝 않고 보는 시험이다.
나도 학창 시절 다 경험했던 일이지만
까마득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막상 내 자식이 가서 종일 머리 뽀게지게 문제를 풀고 앉아있을 걸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노력한 만큼 잘 봐서 시험 후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고
찍은 것도 맞았으면... 한다.
어제저녁 일찍 자겠다고 집에 일찍 들어온 짱구 녀석이
잠이 안 온다고 갑자기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전자피아노를 치지를 않나..
내일 도시락 뭐냐고 도시락 뚜껑 자기가 열고 닫겠다고 옆에서 계속 종알종알
빨리 자라 고오 자라 고오 하니까는
제방 들어가더니 핸드폰 알람을 맞춘다며
알람벨소리를 처음부터 하나씩 들어가며 "뭐 하지 뭐 하지?"
하다가
나한테 결국 한소리 듣고 잠들었다.
불안해서 그런 줄 안다.
괜찮다고도 했다.
그냥 연습이니까 평소 하던 데로만 하라고 했다.
"엄마 어차피 '수미잡'이야! 그지?"
하다가 또 한소리 듣기도 했다.
'수미잡'은 애들끼리 하는 말로
'수능 미만 잡'의 줄임말이다.
수능을 제외한 다른 시험들은 모두 잡시험이라는 의미인데 수능이 그만큼 중요하고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뿐 의미를 두지 말라는 얘기다.
모의고사에서 늘 1등급 맞다가 수능날 3등급 맞으면 이전에 잘한 것이 의미 없음을 말하는 건데 실제로 그런 일이 허다하니 틀린 얘기도 아니다.
우리 집 고사미도 까불까불하고 긴장을 잘 안 하는 아이인데 고3 되면서 모의고사 때마다 아프거나 실수를 해서 그야말로 등급하락도 맛보았던 터라 나도 '수미잡'을 위로삼아 아이에게 괜찮다 할 수밖에 없다.
"그래그래, '수미잡'이지. 밥 맛있게 먹고 졸지 말고. 쫄지 말고. OMR실수 말고. 이따 보자! "
아이가 좋아하는 두부조림. 소고기야채말이. 무생채
전날저녁부터 재료 손질해 두고
새벽에 후다닥 만들어 보냈다.
평소 즐겨 먹는 초코바. 간식. 포도당캔디 한주먹.
지퍼백에 챙기고
가볍게 단백질 쉐이크로 아침을 먹고
어제저녁에 들어오면서 사가지고 온 고카페인 음료를 단숨에 벌컥벌컥 하더니
"준비됐어! 다녀올게요." 한다.
흑. 오늘도 울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