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9시 50분부터 10시 20분.
우리 집 고사미는 주말만 대치동 수업을 다니고 있다.
작년엔 주중에도 다녔는데
고3 되니 주말에 수업을 몰아 듣기가 가능해져서
주말만 다니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메인길은
다녀본 사람만 아는 무서운 시간이 있다.
대치동 학원가 초입부터 강남롯데백화점 앞까지 주욱 학원들이 즐비한데 그 길은
주말은
오전 8시 반ㅡ9시
오후 12시 반ㅡ1시,
오후 5시 반ㅡ6시,
오후 9시 50분ㅡ10시 20분.
난리가 나는 시간이다.
학원 코앞까지 데려다주려는 학부모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
다음 타임 들어가려는 아이들
차도, 인도할 것 없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과 밀려있는 차로 꼼짝을 못 한다.
특히나 수능이 임박하다 보니 주말이면 SRT나 KTX를 타고 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니
정말 10시면 대치학원가는 장관을 이룬다.
어두컴컴한 시각인데도 아이들 삼삼오오 무리 지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왠지 미안해지고 얘들아 좀만 참자..
저 아이들은 나중에 이 시간을 어떻게 추억할까
좋은 기억일까 나쁜 기억일까
제발 결과로 맞고 틀리고 좋고 나쁨을 구분 짓지 말기를...
나조차도 당장에 테스트 결과를 문자로 받고 보면 잔소리가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주말마다 매일 저녁을 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사라지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그래서 부모는 말없이 다 큰 녀석들을 태우러 이 길에 비죽비죽 들어서있는 것일 게다.
나 역시도 그렇다.
좀 돌아오긴 해도 버스 한 번이면 올 수 있는데 굳이 굳이 아이를 태워온다. 어떤 날은 간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아니면 맥드라이브로 맛있는 야식을 사줘 가면서.
아이는 지친 몸으로 차에 올라타 말없이 간식을 먹거나 핸드폰만 쳐다본다.
묻고 싶은 말, 당부하고픈 말은 일단 금지다.
집에 데려다 놓고 시작하자.
어찌 됐든.
수년간 다니다 보면 다들 자신만의 방법과 대기장소들이 생기기도 하고 모르쇠로 길 한가운데 깜빡이 켜놓고 대기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짜증스러운 시간이지만 힘없이 터덜 터덜 걸어와 고개 숙이고 차에 얼른 올라타는 남의 집 아이들을 보면 '그래 어서 태워 가라. '하고 암묵적으로 용인해 줄 수 있는 아량이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3차로. 4차로 되는 길이 그냥 차로 꽉 차있고
여기저기서 깜빡이 켜고 빵빵거리고
교통정리해 주시는 분이 계셔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나도 내 나름의 방법이 생겨 아이와 전화하며 후딱 태우고 빠져나오는데 뭔가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거나 아이가 정리하고 늦게 나오 거나하면 앞뒤가 꽉 막혀 꼼짝없이 그 길에서 20분 이상을 갇혀있다가 풀린다.
그렇게 전쟁 난 것처럼 정신없다가도
모든 차가 쏴악 빠져나가는 시간은 20-30분
그럼 그 많은 차는 다 어딜 갔는지 10시 반정도가 되면 한산해진다. 그래서 어떤 엄마는 아예 아이한테 10시 반에 보자고, 어디 들어가 간식이라도 먹고 있으라고 하기도 한다.
오늘도 9시 55분쯤 도착해서 샥샥 내가 가는 길로 잘 들어선 다음 아이학원 앞에 10시 5분쯤 도착.
전화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잽싸게 태운다.
그리고 슝슝 빠져나와 집으로 총총.
오늘도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