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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0 NO WORRIES!!!!!

ㅡ사랑하는 아들에게

by Anne

사랑하는 아들에게


책상 앞에 앉아 연필을 꼭 쥔 채, 꾸부정하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 가끔은 답이 안 풀리는 듯 “휴…” 하고 내뱉는 한숨에 엄마는 귀가 쫑긋하고, 마음은 덩달아 내려앉는다. 그런데 사실, 네가 못 푸는 건 문제가 아니라 네 마음일 수도 있어.


고3이라는 말은 참 고되네

성적표 한 장에 기분이 널뛰기를 하고, 모르는 문제가 하나 나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겠지.

요즘은 매일매일이 마치 시험대 같을 거야.


그런데 아가야,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너의 삶이 OMR 카드는 아니란다.

한 칸 잘못 찍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야.

빈칸이 남아도 괜찮고, 틀린 답이 있어도 다시 써 내려가면 되는 게 인생이지.

게다가 네가 살아가는 세상엔 "정답 없음"이라는 선택지도 있어. 엄마도 네 나이 때는 늘 정답만 찾아 헤맸는데, 돌아보면 정답이 아니었던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거든. 그러니 네가 멈춰 서 있는 지금이, 힘들고 더딘 것 같아도 결국은 네가 만날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이고 어쩌면 별거 아닌 '난이도 하'의 문제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


일단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보는 게 어때??

그렇다고 너무 들떠서 중요한 지금을 허투루 보낼 수도 없겠고. 너에게 가장 필요한 건 평온함과 균형이겠지.

네 마음속 불안과 두려움은 일단 엄마한테 넘겨줘. 네 것 하나 더 들었다고 해서 무거워 못 들진 않을 테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 밥 먹을 땐 그냥 맛있게 먹고, 잘 땐 깊이 자렴. 밥보다 불안을 삼키는 게 훨씬 더 힘들고, 잠보다 걱정을 껴안고 있는 게 더 지치게 하거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니 초조하고 좀 더 열심히 할걸.. 후회되지? 아직도 늦지 않았어. 네가 살면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오늘의 열심'이 꼭 빛을 발하길 바라며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기 쉬울 거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회 없는 50일을 보낸다면 말이야

엄마는 네가 어떤 길을 가든, 어떤 답을 쓰든 늘 네 편이다.

성적표 속 숫자가 아니라, 밝고 명랑한 네 웃음이 엄마의 추구미임을 잊지 말고!



그러니 마음속에 이렇게 새겨 두렴.

Don’t worry.

No worries.

괜찮아.

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엄마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믿고 있어.


그런데 아들아.

샤워시간은 좀 줄여 볼 수없을까?!

샤워시간만 좀 줄여도 30분은 더 자것다 이눔아.



남편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 힙하게 걸려있는 포스터가 맘에 들었다.

문법적으로 올바른 표현은 don’t worry.이다. No worries는 호주나 영국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좀 더 가볍게 걱정 마! 괜찮아! 의 표현으로 쓰인다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표현이다. 내 한번 써먹어보리다.


텅빈카페에서 책 읽기.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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