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뭐든 먹고 호랑이기운이 솟아나길
한약을 먹여도
고용량 비타민을 눈도 안 뜬 채 털어 넣어도
고사미의 피로는 가시지 않나 보다.
날이 쌀쌀해지니
원래 비염을 달고 사는 아들 녀석이 아침저녁 기침소리도 심상찮고 코를 훌쩍거린다.
이맘때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데 행여나 아플까 걱정이다.
며칠 전 친정엄마와 통화하면서 '고사미의 비염이 또 시작인가 봐요. ' 했더니 외할머니는 그 길로 전복 몇 마리를 사다 주셨다. 원래전복이 이렇게 새하얬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손질까지 해다 주셨다. 약도 좋지만 뭐든 보양이 되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라고 하신다.
"내가 손질하면 되는데... 엄마 감사해요. 맛있게 해서 먹일게요!"
전복버터구이.
해산물 손질은 결혼한 지 20년이나 된 아직까지도 어려운 나는 손질해 주신 전복이 그저 감사하다. 손질 다 되어있는 전복에 칼집 쓱쓱 내고 실온에 살짝 녹인 버터랑 다진 마늘을 섞어 앞뒤로 잘 발라준 다음 노릇하게 익혀주기만 하면 끝.
'이눔아! 이거 먹고 호랑이 기운을 솟아내길!'
요리라고 하기엔 손질이 90이라 내가 한건 너무 미미한데
우리 집 고사미는 "엄마 최고최고! 너무 맛있어요!" 한다.
나는 "할머니가 재료 다 손질해서 주셨어. 나중에 할머니께 감사히 잘 먹었다고 꼭 인사드려.(속닥속닥) 그래야 또 사주시지. 흐흐~"
진짜 손주사랑은 내리사랑.
반백이 가까운 딸에게 전복손질을 해주시는 엄마의 딸 사랑.
보살핌을 받는다는 건 참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다.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은 너무도 힘이 되는 말이니 말이다.
"엄마 고사미 오늘 이렇게 해줬어요. 너어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 녀석이 앉은자리에서 한 접시를 다 비웠네" 하고 카톡을 보냈다.
"너도 힘든데 아끼지 말고 너도 잘 챙겨 먹어. 엄마가 또 해줄게."
괜히 코끝이 찡한 밤.
반찬으로 4마리만 구웠는데 혼자 와구와구 다드시는 고사미. 낼은 좀 벌떡 일어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