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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Oct 23. 2024

글쓰기 : 완벽보다 완수를 목표로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뮤즈가 몇 시까지 오면 되는지 알려줘라.

인간의 본성에 '말하기'와 '듣기'는 탑재되어 있지만, '읽기'와 '쓰기'는 인간이 후천적으로 개발한 글씨와 문법이 있기에 가능했다. 즉, 책을 읽는 것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거나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책을 읽는 것이 취미가 되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는 것 같은 공허감을 자주 느꼈다.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한 번씩은 겪는 현상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는 것과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입는 사람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정녕 책을 읽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많은 지식도 스스로 숙고한 지식만큼의 가치는 없다.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책이 이야기하는대로만 받아들이는 독서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주로 한 달에 몇 권 정도 책을 읽느냐고 물어본다. 물론 다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건 책을 몇 권 읽느냐가 아니라 책에서 이야기한 것이 '본인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이다.


그렇게 글을 쓰고자 했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괄하는 글을 써보려 했다. 그러나 곧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필자는 글쓰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책을 읽다가 인상깊은 내용이 있으면 책의 주제와 상관없이 글을 쓴다. 그것이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대신 뮤즈가 몇 시까지 오면 되는지 알려줘라.
- 스티븐 킹


작가들이 보통 글을 쓰는 영감을 인격화해서 '뮤즈'라 부르기도 한다. 스티븐 킹의 말은 영감이란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오기보다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일할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즉 글쓰기 또한 규칙적인 인 시간을 정해두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정해진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서재나 책상 앞에서 혼자 글 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을 정해야 한다. 
시간을 정하고 일정표에 적어두어라.
 
누군가 그때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면
선약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여백으로부터의 글쓰기 中



필자는 주말동안 주중에 쓸 대략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해둔다. 그 주제는 주중 출근 전에 써내려간다.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일단 떠오르는 대로 글을 적어내려간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점심을 먹고서 조금 보충하기도 하지만 왠만하면 오전에 글쓰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완수가 반복되면 완벽에 근접해진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완벽한 글쓰기를 해내려하기 보다 기준을 조금 내려놓고 매일 뮤즈와의 약속을 지킨다. 이것이 한 층 더 높은 수준의 독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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