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평소라면 내일 배차표를 확인하고,
작업복 주머니에 라이터가 있는지 더듬거렸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 내 휴대폰 알람 목록은 모두 꺼져 있다.
퇴사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일요일.
지긋지긋했던 '월요병'이 사라졌으니 춤이라도 춰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가라앉는다.
마치 잘려 나간 팔이 욱신거리는 환상통처럼,
'내일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낯선 공포로 다가온다.
평생 몸을 써야 돈이 벌리는 줄 알고 살았다.
트럭 짐칸이 묵직해야 내 가족의 식탁도 풍성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핸들을 놓았으니, 이제 우리 가족은 누가 먹여 살리나.
불안한 마음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본다.
나의 [실험실]은 내가 쉬는 동안에도 돌아가고 있었나 확인하고 싶어서다.
화면 속에는 지난주 대대적인 수술을 마친
내 시스템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안전한 곳간이라 믿었던 SOXQ 매수는 잠정 중단했다.
지금은 방패 뒤에 숨을 때가 아니라,
칼을 휘둘러야 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모든 화력을 SOXL에 집중한다.
유주, 현주, 진주. 세 딸의 계좌에는
매일 기계적인 매수가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인 나의 계좌에는
아이들보다 3배 더 무거운 책임감이 매수 버튼을 누른다.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깟 푼돈 모아서 언제 부자가 되겠냐고.
하지만 나는 금액을 믿는 게 아니라 규칙을 믿는다.
내가 이불 속에서 "내일 뭐 하지?"라며
불안해 떨고 있을 때도,
이 시스템은 감정 없이 차가운 머리로
하락장을 사들이고 상승장에 팔아치웠다.
노동이 멈춘 첫 일요일.
나는 휴식 대신 확신을 샀다.
내일 아침, 나는 늦잠을 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자본은 새벽 4시부터 가장 먼저 일어나,
나 대신 치열하게 출근할 것이다.
그래,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