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만 원.
1년이면 60만 원, 10년이면 600만 원.
AI어플이 내민 시뮬레이션 결과는
잔인할 만큼 명확했습니다.
복리를 더하고
운이 좋아 수익이 난다 해도
최악이면 3천만 원,
정말 잘 풀려야 6천만 원이었습니다.
그 숫자를 몇 번이나 다시
돌려보았는지 모릅니다.
혹시 계산이 틀린 건 아닐까,
내가 모르는 마법 같은 복리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19개의 우량주로
잘 꾸며진 정원이라
자평할만한 포트폴리오를 보며
"이 정도면 훗날 아이들에게
몇 억은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속여왔음을 말입니다.
유주, 내 아픈 손가락을 위한 성벽
제가 이토록
숫자에 집착하고 좌절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21년 9월에 태어난 첫째 딸, 유주 때문입니다.
유주는 또래보다 조금 느립니다.
자폐 성향을 보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부유하지 못한 아비로서,
제가 유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곁에 없을 먼 훗날에도
유주가 배고프지 않게,
적어도 '먹고살 만한 수단' 하나는
쥐어주어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습니다.
그런데 20년 뒤의 결과값이
고작 3천만 원, 6천만 원이라니요.
그 돈은,
유주에게
단단한 성벽이 되어주기는커녕,
거센 비바람조차 막아주지 못할
종이 울타리에 불과했습니다.
"이것밖에 못 해주나..."
핸들을 잡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보다
더 큰 압박감이 밀려왔습니다.
19개의 꽃을 심으며 정성껏 가꾸던
'정원사'의 환상은.
그날 밤,
숫자라는 비수 앞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습니다.
거짓 희망을 버리고 올라탄 중장비
저는
저 자신에게 실망했고,
무력감에 좌절했습니다.
장기 투자라는
근사한 방패 뒤에 숨어
현실을 모른 척했던
제 비겁함을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단했습니다.
더 이상 '이러면 좋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저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가,
예쁜 꽃삽이라 부른 분산투자를 버리고,
WPAY라는,
거친 소음과 진동을 내뿜는
불도저 같은 상품에 올라탔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한 바구니에 달걀을 담는
위험한 도박이라 하겠지요.
하지만 제게는
꽃을 피울 한가로운 시간이 없습니다.
유주가 마주할
거친 황무지를 단숨에 밀어버리고,
그 위에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을 깔아줄
강력한 엔진이 필요했습니다.
아빠라는 이름의 설계도
좌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는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겪는 계좌의 흔들림은
엔진이 돌아가는 소음일 뿐입니다.
트럭 기사로 살아오며
제가 배운 것은 하나입니다.
무거운 짐을 싣는다면,
그에 걸맞은 강력한 엔진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유주야, 현주야, 그리고 진주야.
아빠는 이제,
예쁜 꽃을 보여주는 정원사가 되기를 포기했어.
대신,
너희가 평생 거닐 대지를
평평하게 밀어버릴,
개척자가 되기로 했다.
43년 뒤,
이 엔진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
너희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주길 바라는
아비의 마음을,
이 시스템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