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va Jun 14. 2023

짝.사랑.을 강추한다!

하~ 참.. 누가 짝사랑을 분홍빛, 보랏빛이라 했는지...ㅉㅉ



하~ ,참,  누가 짝사랑을 분홍빛, 보랏빛이라고 했는지…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눈이 멀게 된다. 나의 짝사랑도 그렇게 왔었다. 여자 나이 중년이면 종교에 빠지던 연예인에 빠진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내 나이 중년에 짝사랑은 한순간 내 온몸을 휘감았었고 전혀 분홍빛, 보랏빛이 아니었다. 짝사랑은 미역빛 그리움이고 핏빛 안타까움일 뿐 아니라 심장이 빙하에 다은 것 같은 아림이다. 내게 짝사랑은 그랬었다.


그 짝사랑은 마주쳤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괴로워했고, 괴로웠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었다. 만남은 아주 잠시였는데 그 만남으로 인한 아픔은 한동안 내 인생을 휘청거리게 했었다.  단 한걸음도 다가갈 수 없어서 늘 멀치감치 떨어져 있어야 했던 시간들은, 나로 하여금 움직이지 못하고 오로지 한 곳만 볼 수밖에 없는 허수아비로 만들었었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허수아비로.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라는 것을 깨닫고 한숨지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은 이미 불가능한 욕심으로 번져갔었다.  짝사랑의 설렘은 그 어떤 상황의 설렘보다도 짜릿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짝사랑의 그리움이라는 고통은 열병의 박테리아까지  들어온 고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희망이 가장 큰 아픔이라는 것을 인지해야만 했다. 


그냥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마주치면 행여 마음을 들킬까 봐 감히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었다.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내 손이 바르르 떨리는 신기함도 있었다. ‘오,  단 한순간만이나마 연인이라고 불리였으면…’ 싶은 마음에   ‘왜 안되는데?’라는 비현실적인 오기도 가졌었다.  ‘간절하면 통한다는데 신은 뭘 하고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었다. 안된다는 현실적인 고통보다는 혼자 그리워하는 그 심정이 더 뼈저리다는 것도 알아갔었다.  어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날 기회가 있는 날에는 거울 앞에서 옷도, 구두도, 화장도, 머리스타일이며 향수까지도  온 신경을 쓰는 나와 마주했었다. 가까이 앉을 용기도 없어 어차피 멀찍이 떨어져 앉을 거면서도 한 공간 안에서 숨 쉰다는 그 사실로 들떴었다. 이 자극은 도대체 나에게 뭔 짓을 시키는 것인지 의심 따위는 전혀 없었었다. 그러한  마음과 행동을 짝사랑 쪽이나 집안에 있는 사람이나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것은 내 인생의 아주 큰 도전이었다.


어떻게 그 열병에서 빠져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의사도 없었고 처방약을 받은 적도 없는데... 아마도 내 호르몬의 작용보다는 내 좌측뇌의 작용이 더 강했을 수도 있었겠다. 결국 내 몸속에 있는 여러 가지 호르몬 중에 하나가 나의  왼쪽 뇌의 기능을  좌지우지 조정했다는 생각에 한없이 당황스러웠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의 감정의 경험이 이렇게 강렬한 긍정으로 남아있을 줄 몰랐다.  가끔 생각해 보면 "흥! 내 스탈도 아닌데;; 어쩌다... 내가 미쳤었나 봐~ " 하며  그냥 입가가 살짝 올라가는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기분에 불과하지만, 전혀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은 없다. 누구에 대한 죄책감도 없다.  잠깐 다른 꿈을 꾸었다고 돌 팔매질 할 세상도 아니고, 펄펄 끓는 열병 때 도와준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열병에서 깻박치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지 않았는가! 내 삶의 권태를 느낄 여유조차 없이 달려온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 나 혼자 만이, 너무 음~~ 청! 아팠지만, 설레임과 들뜸을 추억할 수 있는 마음의 자극은 자극 이상의, 내 삶의 활력이었다. 잠깐 미쳐볼 만했다 ㅋ

결코 분홍빛이나 보랏빛이 아닐지언정 짝. 사랑. 을 강추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써운 난.득.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