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깨졌습니다 ㅠㅠ
Oh! Shit!! Shit!! 부러졌지, 아니 깨졌지, 쩝… 개 데리고 집 앞에 잠깐 나갔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내 힘으로 안되더라고. 90 파운드 개를 스톱을 못 시키겠더라고. 개를 멈추려고 끈 잡고 뛰어가다 결국 그냥 꼬꾸라져서… 코가 땅에 닿는 순간, 뿌직! 으악! 눈이 캄캄… 순간 더운 피가 쿨컥쿨컥 입 안과 밖으로…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경찰차 삐요삐요 오고, 에엥~앰뷸런스에 실려서 트라우마 센터로 가고…EMT 요원이 자꾸 말을 시키더라고, 대통령이 누구냐며, 오늘이 며칠이냐며 등등.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피가 입속에서 벌컥거리는데, 썅!, 지금 그게 뭔 상관인데? 라고 했지. 내가 정신을 잃을까 봐 자꾸 말을 시키는 줄도 모르고. 통증에 밀려오는 두려움까지 내 옷을 벗기는 감각도 모르겠더라고. 정신 줄을 놓치 않으려고 눈은 똑바로 뜨고 있었지.
응급실 직원들의 수선스러운 움직임이 잦아들면서 틀림없이 내 코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지. 앰뷸런스를 바짝 쫓아온 구바씨의 첫마디가 “다시는 개 데리고 나가지 맛!”라는 눈 흘기는 핀잔이라니. “괜찮아? 많이 아프지?” 뭐 이런 말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타박 같은 핀잔이라니ㅠㅠ. 그런데 말이지,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CT 촬영을 기다리면서,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하~ 하나님은 내 문제를 이런 방법으로 풀어주시려나…”라는 생각이 통증과 피와 함께 또 한 번 화라락거렸어. 알지? 내 콧대가 좀 높았잖아~ 매부리 코는 아니라지만 콧대가 좀 튀어나왔다는 것을. 거울을 볼 때면 그게 늘 신경을 거슬렀거든.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코가 높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먹으니까 그 부분이 튀어나오더라고. 신경은 거슬렀지만 방법이 없잖아. 얼굴로 먹고사는 연예인도 아니고, 언제부터 이목구비에 신경을 쓰며 살았다고, 튀어나온 코도 감사하며 살자 라는 염불로 나를 다독이며 지냈거든. 헌데 웬열~! 신이 내 코를 아작을 내신거지! 개와 합작을 하셔서! 정밀 검사 결과 계란 껍데기 같은 코의 오른쪽 윗부분은 완전 폭삭이고, 코의 튀어나온 부분을 정 조준해서 넘어져서 콧대가 왼쪽으로 꺾였데. 다행히 코의 높은 부분이 꺾이면서 눈과 이빨은 멀쩡한 거래. 무엇보다도 부러진 코가 완전히 꺾인 것이 아니어서 한쪽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고. 계속 숨쉬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수술을 권장하더라고. 수술은 일단 부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할 수 있다며.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코가 희생함으로써 눈과 이빨을 살린게 부인할수 없는 팩트였긴 하지.
얼굴이 묵사발이 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수술이야기가 나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 위험한 수술은 아니지만 굉장히 복잡한 수술이어서 4시간 이상 걸릴 거래. 완전히 코가 부러졌으면 쉽게 교정 방법으로 하면 되지만, 내 상태는 내 코뼈를 다시 부러트려서 교정을 해야 한다는 거야. 헐… 4 시간 넘는 수술시간도 그렇치만 그 시간 동안 마취를 해야 하잖아. 마취에서 못 깨어난 사람 이야기도 있고,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구먼. 집안 정리를 하고 유서를 써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도. 구바씨는 걱정 스런 마음에 본능대로 움직인 개만 계속 나무라고 있더라고. 그런다고 반성을 할 김치(개 이름)도 아니고. 부기가 가라앉은 코는 왼쪽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뭐 그런대로 붙어있기 하더라고. 무엇보다도 불편하기는 해도 숨을 완전 못 쉬는 것은 아니잖아. 그러면 기울어진 코도 개성이라고 그냥 살지, 뭐~ 하는 생각도 들었지. 얼굴 부분에 복잡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게 잠이 안 올 만큼 무섭더라고. 그런데 응급실 침대에서 했던 생각이 계속 꼬리를 들썩이는 거야. ‘신이 너를 도우시는 거야.’ ‘신이 너 문제를 해결하려고 판을 깔아 놓으신 거야.’ ‘깨진 고통과 수술이라는 두려움도 있지만, 고통 없는 성취가 어딨 어?’ ‘그 나이이면 신의 뜻을 읽을 줄도 알아야지, 안 그래?’ 하는 별별 호기심이 거울을 볼 때마다 알짱알짱거리며 꼬득이는거야.
그리고, 살아났어!!! 여태껏 셀 수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살려놓으셨듯이 이번에도 살려놓으셨더라고 ㅎㅎ. 수술 통증은 넘어졌을 때 통증보다 더 어마무시 아프더라고. 마약 진통제를 먹어야 할 만큼. 그래도 참았어. 6개월이면 완전히 내 코로 자리 잡을 거래. 왼쪽으로 기울어진 코를 바로 세워 놨더라고, 주저앉은 부분도 제대로 펴놓았고. 숨 쉬는 게 완전히 편안해졌어. 휘어진 코로 숨쉬였다는것이 얼마나 불편했던지를 before/after로 확실히 알겠더라고. 그 닥터들 별 5개 줄 거야! 홍~ 무엇보다도, 없어졌어!! 그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졌더라고! 오~ 그 닥터들 별 10개 팍팍 주고 싶엉~ ㅋㅋ.
그날의 통증 때문인지 그 이후로 넘어진 장소를 지날 때마다 가슴이 쪼이는 느낌에 바닥을 볼 수가 없었거든. 통증에 대한 트라우마의 의미를 알겠더라고. 어쨌든 신께서 주신 기회이니 내 통증의 트라우마를 넘어서 코가 깨진 장소를 편안하게 지나가기를 바래~ 아직도 그 장소가 무서워서 외면하고 다니거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께서 만들어주신 성형 수술의 기회이니 당연히 “땡큐~ 하나님!!” 이구말구. 구바씨는 어떻게 하면 우리 김치한테 벌로 ‘앞발 들고 서있엇!’를 시킬지 아직도 고민 중이야. 아마 어려울껄~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