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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Aug 10. 2023

복권 맞았다!! ㅋㅋ

복권과 우리들의 이민사

어제는 느닷없이 구바씨가  “에잇! 귀찮다,  사러 가기 귀찮은데…. 그만둘까?”  내 의견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래, 귀찮은데 이번은 좀 쉬지, 가지 마~”라는 말을 기대하고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왜? …” 하고 물었더니, “아니… 이제 때가 좀 되지 않았어? 거의 30년 가까이 매주 사고 있는데….  노동 대비 생산이 거의 제로에 가깝잖아…  쩝.. 그래도 계속해야겠지?” 그러더니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내 정성과 deal에 언젠가는 답을 하시겠짓!  음… 가자… 또 사러 가자!  사러 가잣! 거참, 이제는 거의 때가 됐는데…. 쩝…”    옷을 걸치고 구바씨가 현관문을 열기 시작했다.  구바씨 등을 보며  “그거… 유일하게 당신이 규칙적으로 하는 일 아니야?   그냥 사러 가지이~~”   했더니,  구바씨가 얼굴을 확 돌리고 내 얼굴을 흘끗 쳐다보며  발을 다시 안으로 되돌리려는 순간,  “아니.. 아니… 오늘은 하나님이 뭔가를 하실 것 같아. 감이  좋아요~ 빨리 가서 사오셩~~ 용~~~”   구바씨는 나를 째려보면서 현관문을 닫았다.  구바씨는 복권을 사러 가고 있다.   복권사기는 구바씨가 유~일하게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다.


복권을 사고 난 뒤 구바씨와 나눈 대화에서도 우리들의 이민사를 볼 수 있다.


 1) 이민 5년째


 - “복권 맞으면  제일 먼저 뭘 할까?” 

복권을 지갑에 넣으며 구바씨가 물었던 것 같다. 우리 둘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 “일단 자자!"  

라고 말한  우리는 기막힌 듯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허탈하게 쓴웃음만 짓고 있었다.     

- “그리고?”  내가 곧 되물었다.  구바씨는  

-“그리고? 음... 중국 뷔페에 가서 실컷 먹자!”  나는 그 복권에 성호를 그으며,  

-“그래! 그라입시닷! “라고 대답했다.


2) 이민 10년째

 

 -“ 복권 맞으면 우리 뭐부터 할까?” 엶은 웃음을 지며  묻는 구바씨 질문에 나는 잠깐 눈동자를 굴리며,

-“음….”  망설이며 잠깐 숨을 한번 고르고, 

-"가게를 그만하자!. 그리고 여행을 가자! 그래! 여행 좀 가보자앗! 우리도…, 울 아들 세상이 우리 동네뿐인 줄 알겠다” 우 씨….”


3) 이민 15년째


- “당신 복권 맞으면 뭐 하고 싶어?”  당첨된 5불짜리 복권을 알짱거리며  구바씨가 물었다.

- “음…글쎄.... 머리가 복잡하네... 생각이 많아지는데…. 먼저 변호사를 만나야겠지?” 구바씨는 바로,  - “아니지… 먼저 전화번호를 바꾸고, 그다음 변호사를 만나도 돼. 그리고 한달 동안 사라지는거지"

- “음, 그래야 겠지이~~~, 뭔가 구체적이네~”   복권 가게 문을 여는 구바씨를 보고 

- "에이... 일단 먼저 맞아나 보셔어~~ 큰거 아니라도 괜찮아~ 5불짜리 말고 ㅎㅎ" 하며 뒤따라 들어갔다.

- "아들 장가가면 아파트도 해줄까? 음... 내 갤러리도 하나 하고, 히히…” 나의 구체적인 요청에,

-"알았어, 일단 다 줄 테니까, 당신 알아서 해라” 허허허~~”  

구바씨 기분이 업되는 것 같았다. 괜히 나도 덩달아 어깨가 씰룩거렸다.
 

4) 이민 20년째 

 

복권을 사들고 현관문을 신나게 열고 온 구바씨가 물어본다. 아마도 복권 사러 갔다 오는 길에 온갖 짜릿한 상상을 한 것 같다. 

- '복권 맞으면 뭐 하지?"
- "맞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ㅋㅋㅋㅋ” 하며 나는 곧 더 실질적인 제안이랍시고 입을 열었다.

- “일단 건물을 사자! 노후가 편안해야지… 렌트받아서 살자” 구바씨는 눈을 힐긋거리며,
- “건물은 왜 사? 골치 아프게… 살기 좋은 열 두  나라에 집을 사고, 한 달씩 묶는 거야... 어때?"
-  “좋았어! 가게들도  몽땅 없애자... “ 라고  곧바고 받아쳤더니,

- "그걸 왜 없애!.. 그냥 두면 돌아가는 건데...." 구바씨 눈이 동그래진다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없애자아~  골치 아픈 일은 하지 말고 살자, 복권 맞으면 생전에  다 못쓸 돈이 있는데.. 이제 나도 좀 쉬자앙~~ 응?”  구바씨가 사온 복권에 입을 맞추며,   

- “그치? 그래야 겠지? “ 라는 구바씨의 동의에 괜스레 신이 난 나는,

- “그니까… 한번 제대로 해봐아~ 다른 것은 다 못해도 괜찮아!.. 그것 하나만 제대로 해보라고, 알았지용, 서방니임~~?”  콧소리 섞인 서방님 소리에 구바씨 미소를 지으며,  

- “나.. 제대로 하고 있어, 있다구, 내가 뭐 할 때 엉터리로 하는 것 봤어? 어… 근데…아.. 참  이건 잘 안된네.. 참..” 


5) 현재


- "이제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나님하고 내가 deal 을 했단 말이지... 금액의 반은 무조건 당신이 만들어 놓으신 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데 쓰겠다고 했는데, 근데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안 하시고 계시네... 참....deal 이 마음에 안드시나? 쩝..."

오늘도 규칙적인 일을 하신 구바씨가 누런 복권 2장을 들고 하늘을 보고 하는 혼자말이었다.



 구바씨가 복권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 역시 그냥 구바씨의 환상의 들뜬 기분을 따라갔으리라.  어제는 복권이야기를 하면서 한참 동안 혼자 만의 웃음을 지었다. 우리 삶의 변화가 구바씨와의 복권 대화 안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민 초기 복권을 처음 사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우리 삶의 변화를 말해주는 우리 가족의 이민사를 복권 대화에서 감지하면서 나온 웃음이었다.


하루에 13-14 시간 꼬박 서서 일을 하면서 우리는 일년에 딱 세번 쉴수 있었다. 부활절, 추수 감사절, 성탄절.거의 10년을 구바씨와 나는 그렇게 이 새로운 미국이란 땅에 우리의  가족사를 다시 쓰기 위해 노동을 했다. 미국 동전을 어떻게 세는 줄도 모랐던 구바씨는 남편이라고 더 열심히 일해 주었다. 부모의  노동을 아는 어린 아들이 ‘우리 가족은 어디 안가?” 라는 말을 슬며시 할때도 “내년에는 꼭 가자! 꼭!!” 라고 달래며 한 약속들은 고딩이 될때 까지도 남발했었다. 프랜치하이즈 식당을 했던 우리는 잠이 늘 부족했다. 먹을것이 부족한것은 아니였지만  늘  우리개인의 식사는 마지막 이였었다.  그래서 구바씨가 처음으로 “복권 사면 뭐 할까?” 라고 물었을때, ‘잠 실컷 자고, 중국 부페가서  먹자’ 라는 말을 했던것같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우리의 생활도 많이 나아져서 가끔은 짧은 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식당일이 마음과 몸에 익숙해지고 가게도 늘어날 즈음  구바씨가 또 “복권 사면 뭐 할까?”라고 물었을 때  나는  "여행 좀 가자! 여행이란 것 좀 해보잣!” 라고 말했었다. 무엇보다도 아들에게 미안해서였다.  아들이 대학 졸업 하자마자  8개월 동안 이나라 저나라 싸돌아다니도록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좀 풀었었다. 지금도 아들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돈 버는 아들이지만 여행자금(?)을 찔러주곤 한다.


 “전화 번호를 바꾸고, 변호사부터 사야겠지” 라는 대화는 미국 시민으로 오래 살아온 생활의 지혜(?)같은 것이다. 개인 변호사를 고용하고 몇 달 사라질 계획을 한다든가 그리고 내 갤러리 희망에 대한 이러한 대화는 이제 우리들의 이민사가 안정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제 구바씨가 복권 사러가기 귀찮아 했는데, 사오면서 신나는 얼굴로 와서 나눈 대화에서 나는 우리 생활의 마음과 몸의  여유를 느낄수 있었다.  이루어 지던 말던 비록 희망에 대한 이야기일지라도,  건물 이야기, 노후 이야기, 다른 나라에 썸머 하우스를 살 이야기 등등 을 할수 있다는 평화로움,  감사하기만 한 내 삶의 흐름들...


복권 맞았다!!


 먹고살거리, 자식 교육 그리고 기거할 내 집, 이 세 가지가 되면 이민 생활에서 성공했다고들 한다.  하루하루가 복권 당첨 됐을 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견뎌야 했던 날들도 많았었다. 구바씨가 매주 복권을 사러 가면서  가졌던 희망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Lettuce가 뭔지도 모르고 Food court를 무슨 법정인 줄 알았던 우리는 먹고 살 것을 이루었다. 틴에이저 때까지 세상 구경을 제대로 못한 아들도 청년기를 무사히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색시를 아내로 맞아 우리에게 유대인 커넥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하하~ 게다가 우리에게 아이노꼬(?) 쌍둥이도 선물을 했다. 우리 가족 컨셉에 딱 맞는 집도 마련해 아들 내외가 옆집에 살고 있어서 T쌍둥이들도 매일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복권 맞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집에 조그마한 작업실도 마련해서 좋아하는 창작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이 초보 할머니는 예술을 옆에 끼고 살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잭팟!! 이다.


구바씨가 귀찮아서 복권 사러 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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