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va Dec 20. 2023

며느님, 며느님, 미쿡 며느님~~

미쿡 며느님 전상서

미쿡 며느님~ 아들의 와이프라는 엄청 높은 신분(?)을 가지신 분과 함께 지내는 영광을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만요, 이러시면 곤란하옵니다요~

문화 차이는 충분히 이해하겠지만요, 이 시에미 입장이라는 것도 있습니다요. 제가 어려운 시집을 겪지 않았습니까.  때문에 저는 불요불굴의 굳은 결의를 다졌지요. 좋은 시어머니가 되겠다고!! 하~~~ 근데 그 불요불굴의 의지는 저 혼자 무겁~게 지고 다니는 것 같은 생각이 쏠쏠 드는 게 좀… 우리 미쿡 며느님의 그 자국적인 사고방식과 늘 접해야 하는 우리 시부모 집사(?)는 좀… 뭔가 껄쩍찌근 합니다요. 


한국말에 ‘까놓고 말하면..’ 이란 표현이 있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봅시다요, 이 시에미가 하는 일이 오죽 많습니까? 

-     모유 먹이는 동안 며느님 건강 챙기느라 주스 갈아주기(저의 서방도 안 해주던 일이지요)

-     한 달에 보름 정도는 식사 준비하기 (그 나머지 보름은 툭하면 외식시켜 주기)

-    쓰레기 수거하기 (며느님 남편인 저희 아들이 해야겠지만 워낙 그 아들이 바쁜 것 아시죠?)

-    둥이들 봐주기 (뭐.. Nanny가 있기는 하지만 둥이들 감당이 어려워 이 시부모가 거들겠다 했지만요)

-    둥이들 도서관 아기 프로그램에 데려가기 (6개월 된 둥이들이 기억을 하면 얼마나 기억을 할까만은

     도서관 분위기를 알게 해야 된다고 하시어 가긴 갑니다)

 -   저녁에 둥이들 목욕시켜서 재우기

 -   며느님 더 주무시라고 아침에 Nanny 가 오기 전까지 둥이와 놀아주기 (둥이들은 왜 아침 7시부터

      깨는지… 쩝)

-     둥이들 이유식 만들기 

 

~~~ 이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구만요.


                                              (이미지 출처 - Google)


명색이 시부모인 우리들은 저희 집에서 며느님이 설거지를 하신다는 것은 꿈도 안 꿉니다요. 하지만 70이 다 돼 가는 시아비가 설거지하고, 시에미는 음식 만들고, 아들은 뒷정리하는 둥 모두들 분주할 때 검정개만 끼고 마루에 벌렁 누워 있는 것은 쫌… 아~ 이것도 문화 차이라며 뭐 할 말 없습니다만, 뭐 그만큼 시집을 편하게 느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요. 아들왈.. “엄마, 미국애들은 도와 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남에 집 물건 만지는 걸 하지 않아요”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가 남의 집입니까?? 결혼 전에는 그래도 “내가 뭘 도울까?”라고 묻기라도 하셨는데, 결혼 후에는 아예 그 말도 없이 차려 놓으면 먹고 그냥 소파로 몸을 옮기시어 컴을 보시는 거… 며느님 본인 스스로도 아실 겁니다. 물론 저희가 “며느님은 그냥 쉬세요~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그대로 믿으실 줄은ㅜㅜ 쩝..

 

저녁에 둥이들 목욕시킬 때도 그렇치요. 시부모인 저희와 아들이 쩔쩔매면서 둥이들 목욕을 시킬 때 며느님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계신다는 것을 알거든요. 뭐. 며느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우리들이 둥이들 목욕시킬 수 있습니다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둥이들 씻기고, 로션 바르고, 기저귀 채우고, 잠옷 입히고, 우유 먹이고 잠이 들 때까지 잠 시중을 들고 등등하느라 진땀이 나긴 하지만요. 그래도 둥이들 엄마는 며느님 아니십니까? 우리가 진땀을 흘리니 좀 도와주셔야지요. 그것도 아들왈 “엄마, 미국애들은 아이들을 봐줄 식구들이 있으면 자기들은 쉬고 있어” “내가 제네 식구들 있을 때 아기를 안으려고 하면  “너는 애 봐줄 사람들이 많을 때 쉬여야지 왜 아기를 데려가려고 해” 라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봐” 그게 미국인들이야;;” 그런 말을 들을 때 이민 생활 30여 년을 앞두고 미국 이민 잘못했다는 생각이 꼬리를 듭니다요 ㅠㅠ. 아기들 보는 일이 어디 계산으로 되는 일입니까요?

 

그래도 애 키우는 데는 이 시에미 짬밥수가 더 길지 않나요? 아기들을 싸지도 않고 덜렁 눕혀 재울 때 제가 담요로 쌓아 재우니까, 제 눈을 똑바로 보시면서 왜 아기들을 담요로 싸서 재우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셨습니다. 그때 “YOU should not do that”이라고 하셨습니다.  YOU! YOU! YOU 라니요? 하긴 You 가 맞네요;; 저를 앞에 두고 She라고 하겠습니까, He라고 하겠습니까만은요.. 쩝…. 미국에서 eye contact(눈 똑바로 보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시어머니 눈을 똑바로 본 적이 없는 이 집사 시에미로써는 심히 당황스럽습니다요.


(이미지 출처 - Google)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호스트 멘트입니다) 

며느님~ 우리 미쿡 며느님~  감사한 일도 엄청 많다는 것을 안답니다요~ 차례나 제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 감사하지요. 가끔은 손이 필요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데요. 비록 전을 부칠 때는 뒤집기만 하고요, 두부 전을 부칠 때는 두부 한쪽 면을 너무 익혀 책 겉장같이 만들어 놓으신 적도 있고요. 과일 위와 아래를 뭉텅뭉텅 잘라서 반 만 남겨진 과일 들을 차례상에 올려야 할 때도 있었지만요. 괜찮습니다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아~. 조상님들도 충분히 이해를 하시고 껄껄 웃으실 겁니다. 더욱이 chubby 한 몸을 애써 꾸부려 절을 할 때는 조상님들 혼도 기특해서 궁둥이라도 둥둥 두들겨 주실 겁니다요.  게다가 Mother’s Day에 이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이 속에서 방황하는 시에미에게 친필로 써주신 카드는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답니다. “You are the world’s best mother-in-law”라고 쓰신 대목에서는 눈물도 찔끔거렸다니깐요.



 (이미지 출처 : Google)



사실 우리 며느님 둥기둥기 해줄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     유대인답게 검소하게 생활하시지요 (화장대가 없는 요즘 각시는 없을껄요)

-     며느님 남편 절약 하라고 잔소리해 주시지요

-     한국음식은 아들보다 더 잘 드시지요. 삼겹살 두루치기를 제일 좋아해 주시고 ㅎ

-     시부모에게 무엇을 줄 때는 꼭 두 손으로 주시지요

-     친부모와 식사할 때는 우리를 꼭 함께 끼어주시지요

-     가끔은 토종 미국 음식을 손수 만드시어 저희 입을 호사시켜 주시지요

-     시집이 편해서 친정은 안 가려고 하시지요 (친정에 자주 가주셔요, 우리 휴가 좀 하게~ㅋㅋ)

 

그뿐입니까, 무엇보다도 둥이들 모유를 1년 주겠다는 의지 덕분에 6주나 빨리 세상에 나온 둥이들이 10개월째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까요. (칭찬할 것이 또 몇 개 더 있지만, 그것은 별도로 기회가 되면 이 시에미가 detail 하게 기록할 예정입니다요, 요것밖에 없냐고 호령을 하지는 마시옵서소~)

 

괜찮습니다, 괜찮고 말고요~ 

주스 만드는 게 뭐 대수라고요, 식사 만드는 게 뭐 큰일이라고요, 옆집에 사는데 식사 때 숟가락 하나먄 더 놓으면 되고요. 쓰레기 수거요? 나이 먹은 노인들에게 운동삼아 좋은 일인데요,  우리 귀한 둥이들 목욕도 시키고, 도서관에도 데려가고 이유식도 만들고… 이런 것 모두 저희들을 믿으시니까 맡기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집이라는 장소가 엄청 편하셔서 그런 거라는 것 알거든요.


(이미지 출처 - Google)

     

압니다. 알고 말고요~ 

말귀 제대로 못 알아듣는 시부모와 매일 얼굴 봐야 한다는 것이 며느님 입장에서도 편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런데도 편하게 자연스럽게 지내주시니 고맙지요.  그동안 한국에 시집과 며느리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종종 들으셨을 겁니다.  들었다 해도 이해가 안 될 이야기였을 테니 미개인들 나라의 이야기로 생각하시고 다른 한쪽 귀로 내보내시면 됩니다. 그런 이야기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입니다 (You know?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ㅋ)  시부모와 며느리 관계도 하나의 인간관계일뿐입니다. 어떤 관계이던 우리가 상식선에서 서로에게 배려와 도리를 다하고 자연스럽게 산다면 일상의 많은 일들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화라는 것이 일종의 후천적으로 습득된 생활 방식이라지요. 우리가 함께 가족으로써 어울려 살면서 둥이들을 위한 우리 집안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 가면 됩니다. 한해의 마지막 날은  장작불 지피고 가족 모두 모여서 막걸리와 삽결살 두루치기를 먹기로 한 것처럼 말이죠. 둥이들도 삼겹살 두루치기를 좋아하고 연말에는 꼭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곳으로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그리워할 것이니까요.

 

 

추신 :  Important!! – 절대 한국말을 배우지 마시옵소서!! 혹시나 한국말을 배우시어 지금 이 글을 읽다가 처음 몇 절을 읽으시면 기암을 하시고 이 시에미를 유배 보내 시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뭐 저희야 유배를  보내 주신다면 성은이 망극하겠지만ㅋㅋ, 혹여 며느님께서 기암을 하시다 옥체가 상하실까 심히 걱정이 되옵니다. 따라서 한국말은 그냥 대충 알아듣는 정도만으로 충분하옵니다~ㅎㅎ

 

추신 again : 우리 집사 시부모는 둥이를 나으신 며느님을 싸랑합니당~~^^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도 대학생 엄마도 대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