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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Apr 22. 2024

예술? 그거 한번 해볼까요?

예술하는 가족

- "Mom enjoys art",

- "Dad studies art",

- "Me? I don't care about art",

- "R (my wife)? she totally ignores art"


아들이 나의 예술적 행위(?)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하면서 무심코 한 말이다.

아들의 무심코 던진 지껄임에 가족들의 예술에 대한 견해가 우리 가족들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노바 : 예술이란 것이 단순히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등등 그런 것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예술이란 것을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미국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작업을 보고 난 후였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도대체 저 어린것들이 뭔 짓을 하는 거야? 재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는 의구심으로 시작되었다. (자식 또래 아이들과 함께 미대를 다녔기 때문). 그들이 표출하는 상상력의 세계는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도식을 완전히 흔들었다. 생각의 틀을 깨는 순간이었다. "아하.. 이런 세계도 있는 거네~." 주어진 틀, 정해진 틀에서만 오락가락했던 내가 "아하~ 이래도 되는 거네!" 하는 감정의 안도감. 그동안에 관점의 빗장을 열고 다른 세계에 한 발짝 디딘 순간이, 그것이 비록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내게는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설렘과 황홀감이었다.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우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축복이다.

그러니 어찌 예술을 즐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미드저니/노바)


구바씨 - "뭔 그림을 돈을 주고 학교에 가서 배우냐? 그냥 보고 그리면 되는 거지.. 할 일도 참 없다"라고 핀잔을 주며 전혀 마누라의 늦깎이 예술 공부에 못마땅해했다. 4학년 때쯤은 미술과 관련한 철학을 배우는데 한국말로 번역을 해도 도대체 이해가 안 갔다. 결국 구바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책이라면 씹어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구바씨가 번역을 하며 언변좋게 나름대로 졸가리가 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몇 번을 해주던 구바씨가 어느 날 도움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교과서를 읽고 있었다. "이거 흥미 있네! 인간들이 예술 짓을 이렇게 해온 거구나~~" 라며 곰브리치 책이며 예술에 관한 다양한 책을 빌려다 섭렵을 하고 있었다. 난 미술을 공부했지만 솔직히 교육적인 면에서의 예술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흔히 말하는 예술의  '사조'라는 것은 후대에 인가들이 붙인 것이고, 사조가 바뀐 이유는 천재적인 예술가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인해 그 '사조'들이 변한다는 것만 대충 알고 있다. 예술은 배우는것보다 느끼는것이 먼저라고 믿는 노바다. 하지만  구바씨는, 미술에 관해서는  이제  강의를 해도 될 만큼 꽤차고 있다. 그 '사조'별 특징과 변화의 이유와 대표되는 미술가들을 줄줄이 읊퍼댄다. 아티스트 모임에 가면 가방끈이 긴 아티스트들 앞에서 겁도 없이 미술사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노바의 전시장에서는 기자가 전시 당사자인 나보다 천연 곱슬머리인 구바씨에게 "전시 아티스트로써 작품 설명을 좀..." 하고 묻는다. 헐~

구바씨가 예술을, 특히 미술을 독학(?)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미드저니/노바)


아들 - 뮤지움이나 다른 예술에 관한 것을 접해야 한다면 저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블루는 블루일 뿐이고, 블랙은 블랙일 뿐이다. 왜 바나나껍질 하나를 유명한 갤러리에서 전시하는지,  깨진 그릇들로 연주 한 곡을 왜 좋다고 하는지 그리고 무용수들이 왜 벌거벗고 춤을 추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한다. 뮤지컬을 보기는 하는데 아들에 관심사는 조명이나 사운드 혹은 무대장치에 더 관심이 있을 뿐 다른 부분에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들의 가장 격한 감상은 "저 친구 춤을 잘추네!" 뭐 이정도다. 어쩌다 엄마가 쓴 예술에 대한 영어 에세이를 점검(?) 받으려고 보여주면 "엄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예욧? 그냥 한국말로 쓰세욧!, 한국말도 이해가 안가지만....쩝" 이렇게 핀잔을 받는다. (에잇~ 치사한 아들...) 다만 엄마가 예술을 좋아한다니까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해도 뭔 게임에 나오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엄마의 흥미거리에 대해 예의상 그런가 보다 해준다.

동의도 저항도 없이 이상하게만 쳐다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미드저니/노바)


며늘님 - 전시회, 음악회, 쇼, 뮤지움 등 이런 곳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굳이 시간 내서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회사가 티켓을 준다면 공짜로 생긴 티켓때문에 갈까? 소위 예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을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사실만 인정할 뿐 예술은 그녀 인생 밖에 있는 일들이다. 유일하게 가 본 곳은 아마도 홀로코스트 뮤지움일 것이다. 그곳은 본인의 조상인 유대인 역사를 전시한 공간이니까 개인적인 역사관으로 가야 했을 것이다. 시어머니인 (왜 나는 꼭 '시어머니' 라는 단어를 계속 쓰려고 할까? 집사인 주제에ㅋㅋ) 나의 그림을, 아들의 요청에 의해, 본인 집 거실에 걸었는데 그냥 하얀 벽에 뭔가 붙어있네..라고만 생각을 한다. 최소한 'good!' 혹은 'bad!'라는 멘트도 없다. 그냥 '남편의 엄마가 뭔가를 벽에 붙여 놓았네' 정도. 너무나 'cool~~' 한 우리 며늘님이다. 'Thank you' 도 안하지만 떼어 버리지도 않는다. 동의도 저항도 없는 것을 보면 지 서방하고 닮은건가? ㅎㅎㅎ 쩝...

이것을 '개무시'라고 생각하면 울그락불그락 되겠지만... 나도 그 '개무시'를 '개무시'하고 그냥 그녀의 거실에 내 그림을 붙여놓는다. No Problem~~


이것이야말로 노바의 예술가다운 마인드이다!!!!!


(이미지 출처 : 미드저니/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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