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응력'과 '조직적합성']
면접 평가요소 중 어느 회사에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조직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가?', '조직에 적합한가?'를 확인하는 '조직적응력' 또는 '조직적합성' 이다. 학생들은 아직까지 어떤 조직에 속해본 적이 없으므로 이 요소에 대해 증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청년인턴을 해보길 권한다. 아무 회사나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조직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좋다. 집에서 가까운 지사에서 하는 것보다 선택권이 있다면 본부나 본사가 더 낫다. 지사는 조직이 작은 곳이 많고, 운영되는 전체 시스템을 보기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왕 할 거라면 좀 멀더라도 본부나 본사에서 하는 것이 좋다.
청년인턴을 안 해본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조직적응력을 확인한다. 이를테면 자소서 내용 중 조직에 속해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지 찾는다. 예컨대, 동아리 활동을 자소서에 썼다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확인한다. 팀 프로젝트 경험을 썼다면 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확인한다. 따라서 자소서에 쓴 것에 대해 물어봤다고 해서 자소서 질문이 아닌 조직적응력에 관한 질문이다. 흔히 자소서에서만 다 물어봤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질문 소스를 자소서에서 찾았을 뿐이지 자소서 질문이 아니다. 자소서가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조직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 속해서 했던 활동이 많을수록 좋다. 동아리, 팀 프로젝트 활동은 필수적이고 동아리도 제대로 된 조직이 있는 동아리, 예를 들면 총학생회, 연합동아리와 같은 곳이 좋다. 최소한 그 조직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고, 프로젝트나 행사를 치를 정도의 규모여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조직적응력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없다면 조직적응력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기 참 난감하다. 면접관을 힘들게 한다면 좋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조직에 속해서 활동해 본 경험을 의식적으로라도 해 보길 권한다. 우선순위를 따지면 청년인턴 > 팀 프로젝트 > 동아리 순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팀 프로젝트 경험이 변변찮다면 청년인턴은 무조건해라. 짧게는 방학 동안 하는 2,3개월짜리도 많이 있다.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조직도다. 대부분의 기업에 비슷한 조직 구성을 하고 있다. 사장을 중심으로 사장과 독립되어 상임감사가 있으며 사장 직할에 비서실, 홍보실이 있고, 상임감사 직할에 감사실이 있다. 사장 밑으로 국내 부사장과 해외 부사장이 있으며, 국내 부사장 밑에 관리본부, 영업본부, 상생협력본부가 있고, 해외 부사장 밑에 해외사업본부, 원전수출본부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기획본부, 기술본부는 사장 직할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도가 의미 있는 것은 결재라인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리본부에서 결재를 올리면 관리본부장-국내부사장-사장이 결재라인이 되고, 해외사업본부에서 결재를 올리면 해외사업본부장-해외부사장-사장이 결재라인이 된다. 하지만 기획본부에서 결재를 올리면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기획본부장-사장으로 바로 올라가게 된다. 이는 기획본부에서 하는 모든 것은 사장에 보고가 되나 관리본부에서 하는 것은 부사장에서 전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사장이 기획본부, 기술본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팀장->처장 또는 실장->본부장->부사장->사장 순의 수직구조로 되어 있다. 기업의 최소 단위는 팀이다. 따라서 모든 일이 팀 단위로 진행되고 인력 구성도 팀 단위로 짜인다. 기업에 따라서는 팀 밑에 파트를 두기도 한다. 이 경우 팀장 밑에 파트장(차장 급)이 따로 있다. 팀장 밑으로 팀원은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이 팀장 밑에 각 파트를 담당하는 차장이 있고 차장 밑에 과장, 대리, 사원이 각 파트를 함께 담당한다. 팀별 인원은 10명 내외가 가장 일반적이고, 교대 근무를 하는 팀의 경우는 30명 정도 되는 팀도 있다. 다들 알겠지만 조직의 중심은 팀장이고 팀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조직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팀장들의 수준을 보면 대충 감이 온다.
팀장들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조직은 변화를 싫어하는 올드 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조직은 40대 초중반이 팀장을 맡는 조직이다. 팀별로 3~4명씩 있는 차장들 중 한 명이 팀장을 맡고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이다. 팀장은 직위가 아니다 직책이다. 차장이라는 직위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팀장 자체가 직위인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팀장은 팀의 총괄이란 미명하에 일을 안 한다. 업무가 팀 총괄이다. 웃기지 않은가. 대부분의 팀장들은 논다. 맡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본연의 업무를 맡고 있는 차장이 팀장 역할까지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팀장도 일을 하게 된다. 본인도 일을 해야 팀원들이 힘든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이런 구조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기업에 들어가게 되면 지금까지 본인이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규모가 큰 조직에 속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고, 본인이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가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면접 전에 본인 스스로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능력은 있으나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능력은 없으나 조직에 맞는 사람이 있다. 조직에 맞는다는 것이 단순히 조직에 순응한다는 수동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밑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순위로 따지자면,
1) 능력 있고, 조직에 맞는 사람 -> 1순위
2) 능력 있고,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 -> 3순위
3) 능력 없고, 조직에 맞는 사람 -> 2순위
4) 능력 없고,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 -> 4순위
일단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 낸 후 능력을 따진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이란?
1.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2.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곳이다.
3. 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해야 하는 곳이다.
4. 과정이 중요한 곳이 아니다. 결과가 중요한 곳이다.
5. 개인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하는 곳이다.
6. 똑같은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가지 능력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곳이다.
7. 조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인간형만 있는 곳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이 더 많다.
8. 너의 일, 나의 일 딱 구분되어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 팀의 일이 있을 뿐이다.
1.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입사하면 어떤 일하고 싶어요?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라고 물은 후 대답을 하면 "그럼 그 일(부서)이 아닌 다른 일(부서)을 맡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 이 질문이 전형적인 조직적응력을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때 못하겠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 원하는 일(부서) 아니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답한다. 문제는 이유다. 대부분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기회가 생길 것이고, 그 일을 배우는 것도 나중에 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한다. 나는 그럼 이렇게 묻는다. "나중에도 원하는 일을 못하게 되면? 본인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면? 그러면 답변을 못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감이 오는가? 조직의 개념이 없는 답변이다. 조직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곳도 아니다. 기다리다 보면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단지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것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도움이 안 된다 하더라도 조직이 그 일을 필요로 한다면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조직중심적인 사고'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학생에서 벗어나 조직에 속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 미안하지만 본인은 조직에 속한 하나의 부품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하나의 완제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완제품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부품으로써의 역할을 해야 한다.
2.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곳이다.
"입사 후 본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맡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질문에는 본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예컨대, 두 명의 신입사원이 발령받아서 왔다. 두 명에게 똑같은 업무를 지시했다. 물론 둘 다 처음 해보는 업무이기 때문에 할 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 한 명은 본인의 책상에 앉아서 낑낑대고 혼자 해결하려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팀을 돌아다니며 선배들에게 물으며 업무를 배우고 있다. 그럴 경우 둘 중 누구를 뽑을 것인가?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이와 같이 조직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결코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옆에 있는 동료, 선배, 후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조직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혼자 할 거면 혼자 일하지 왜 팀으로 일하겠는가. 그렇다면 그다음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전임자에게 물어보고 전임자가 다른 부서 혹은 다른 지사로 갔다면 전화해서 물어보면 된다.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그 똑같은 일을 담당하는 다른 팀의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없다면 상위 조직 본부의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없다면 더 올라가서 본사의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주로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다른 지사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어보는 경우가 제일 많다.
3. 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해야 하는 곳이다.
"어떤 일하고 싶어요?" 라고 물었을 때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주로 이렇게 답한다. "어떤 일이든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가장 하고 싶은 것 하나만 얘기해봐요" 그러면 대답을 잘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답변한다. 이럴 경우 '본인이 들어와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일', '맡겨진 일', '맡겨만 주시면'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표현에는 시키면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럼 안 시키면 안 할 거예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하는 것이다.
'맡겨진 일'과 '맡은 일'은 어떻게 다를까? 팀의 일이 5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이건 제가 할게요 가져가면 내가 '맡은 일'이 되는 것이고, 아무도 안 가져가서 팀장이 "이건 이 대리가 해"라고 한다면 '맡겨진 일'이 되는 것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둘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흔히 회사에 들어가면 체계적인 교육으로 뭐든 다 가르쳐줄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그건 착각이다. 어느 누구도 본인에게 그렇게 친절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것이 학교와 회사의 차이다. 회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 배운다는 의미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적합한 사람을 찾아가서 묻고 배워야 한다.아무도 나한테 가르쳐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 잘 기억해라. 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4. 과정이 중요한 곳이 아니다.
결과가 중요한 곳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묻는다면 학생과 사회인의 답변이 달라진다.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므로 과정이 중요하다. 성과를 내지 못 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회인은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므로 결과가 중요하다. 사회인은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사회인은 배운 것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 대가로 받는 것이 월급이다. 성과 없이 배우기만 했다면 월급을 받을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내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 자소서나 면접에서 자꾸 선배님들께 잘 배워서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가급적 그런 표현 쓰지 말도록 하자.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예컨대 신입사원 두 명이 발령받아 왔다. 두 명에서 동일한 업무를 지시했다. A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야근을 하면서 그 업무를 열심히 했다. 반면 B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칼퇴근을 했다.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A는 잘 못해왔고, B는 잘 해왔다. 이때 두 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A에게 '너는 열심히 했으니까 잘 못했어도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되지', B에게는 '너는 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하겠는가? 절대로 아니다. A에게는 '너는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뭐 했냐', B에게는 '너는 언제 이렇게 했어. 열심히 했구나'라고 한다. 업무는 꼭 본인이 할 필요 없다. 잘 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누구에게 부탁해서 했든, 혼자 했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결과가 중요하다.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 그것 자체가 능력이다.
5. 개인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하는 곳이다.
"조직의 의견과 본인의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 답변은 당연히 조직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유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본인은 완제품이 아니다. 조직에서 하나의 부품으로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직의 일원'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직에서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며 저는 조직의 일원으로 조직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본인의 의견을 우선시한다면 의견 합치를 할 수 없고, 화합할 수 없게 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조직의 의견이 정해진다면 조직의 의견을 우선시해서 협력하는 것이 조직 구성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맹목적으로 조직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한다. 조직의 의견이 정해지기 전에는 나의 의견을 피력해 보겠지만 일단 조직의 의견이 정해졌다면 조직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조직의 의견을 따른 후 여유가 있다면 본인의 의견을 실행해 봐도 좋다. 이와 같이 A 아님 B 와 같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A > B 와 같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그럼 본인의 의견은 무시해서 상관없나요?"와 같이 되물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의 문제임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맹목적으로 조직의 의견을 따르는 소극적, 수동적인 사람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
6. 똑같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가지 능력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곳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화'라고 답한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능력을 가진 두 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구성원의 각각 다른 능력들이 조화를 이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면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리더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팀원만을 모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돼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이견이 없어서 좋을 것 같지만 일의 진척이 더 늦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어떤 일이든 여러 가지 역할들이 필요한데 너무 한 가지 역할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말만 많고 일이 잘 안된다.
예컨대, 야구팀에 4번 타자만 9명이라고 상상해보자. 1번부터 9번까지 다 이대호 선수라면 번트는 누가 하고, 도루는 누가 할 것인가. 진루를 해서 투수는 누가 괴롭힐 것인가. 또한 축구팀에 메시만 11명이라고 상상해보자. 다들 공격만 하려 하고 수비는 누가 할 것이며, 어시스트는 누가 할 것인가. 이처럼 모두 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굳은 일을 도맡아 할 사람도 필요하고, 다른 사람들을 서포트 해줄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그 역할이 결코 작거나, 미천한 것이 아니다. 역할이 다를 뿐이다. 조직 구성원은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내가 조직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일례로, 프로야구팀에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고참급 선수가 항상 엔트리에 들어 의아해 하곤 했다. 물론 경기에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벤치 신세지만 후배들은 그 선배를 부러워했다. 감독님이 저 선배를 왜 계속 엔트리에 넣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 사정을 알아보니 그 선배는 벤치에 있지만 항상 경기할 때 상대편 투수의 신경에 건드리는 멘트를 잘 했던 것이었다. 상대 투수가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 우리 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었던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 플레이를 하진 않지만 벤치에서 플레이를 하는 그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와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는 다르다.
7. 조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인간형만 있는 곳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이 더 많다.
"좋아하는 인간형과 싫어하는 인간형 하나씩만 이야기해보세요" 라고 물은 후 답변을 하면 "그런 싫어하는 인간형과 같이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질문한다. 조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인간형만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이 훨씬 더 많다. 더 정확하게는 여태껏 내가 보지 못 했던 기상천외한 인간형이 많다. 더군다나 수직적인 조직구조에서 일해 보지 않았던 사람은 그런 인간형들에 적응하기 더 힘들다.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인간형인데다가 상하관계까지 존재하니 미치는 거다. 그래서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간형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인정한다기보다는 포기한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나와 살아온 지역, 세대, 환경, 생각이 모두 다르다. 어떻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인정'을 해야 한다. '아~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 그런데 학생들은 다름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다른게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무책임한 인간형은 조직의 피해를 주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왜? 네가 뭔데? 그 사람을 바꾸려 하는데?" 사람은 이십 대 중반이 넘으면 잘 안 바뀐다. 하물며 그 사람은 40,50십 대다. 여태껏 4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본인이 바꾸려 노력하겠다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단지 그런 인간형과도 융화를 잘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주제넘게 바꾼다거나 조언을 한다거나 하지 마라. 그건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인정하고, 이런 사람과는 어떻게 융화해야 하는지만 생각해라.
8. 너의 일, 나의 일 딱 구분되어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 팀의 일이 있을 뿐이다.
"옆에 있는 동료(선배, 상사)가 일을 잘 안 하고, 본인한테 떠넘겨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 일에 대한 관점을 보려는 질문이다. 조직에서는 너의 일, 나의 일 딱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이건 너 일, 이건 내 일. 이렇게 딱 구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취합을 해야 하거나, 아니면 누구일 인지 모호한 경우가 태반이다. 혹자는 업무 분장이 되어 있으니 각자 일은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단다.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이런 사람은 조직 생활을 안 해봤거나, 경력이 짧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조직으로 일할 필요가 없다. 각자 재택근무를 해야지. 왜 러시아워에 1시간씩 지하철 타고 힘들게 출근할까. 모여서 함께 해야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조직으로 일하는 것이다.
예컨대, 업무 분장 상 옆에 있는 동료의 업무인데, 동료가 일을 안 했다. 그때 실장님이 와서 이 팀은 왜 아직 제출을 안 했냐고 묻는다. 그때 본인이라면 그 업무는 제 업무가 아니라 동료의 업무라고 할 것인가? 그럼 실장님은 아~ 그래? 하고 동료 직원을 찾을까? 아니다. 그럼 너네는 뭐 했는데? 동료가 안 했으면 너네가 대신해야 할 거 아니냐고 할 것이다. 이 역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고 조직중심적인 사고로 전환해라. 야구에서 투수가 빈볼을 던질 경우 간혹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모든 선수들이 벤치에서 나와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구단이 있다. 야구는 단체 운동으로 조직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한테 빈볼을 던지진 않았지만 나한테 던진 것과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 조직중심적인 사고다. 그래야 내가 당했을 때 동료들이 도와준다.
또 한가지 예로 업무를 핑퐁치는 경우가 많다. 한 팀 안에서도 이 일은 내 일이 아닌데 하는 경우가 있고, 팀 간에 이 일은 우리 팀 일이 아닌데 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까지 제출하라는 문서가 시달될 경우 업무 분장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모든 팀원은 다 그 일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는 척하면 본인이 하게 될까 봐 모두가 모른척하고 있다. 제출 시일이 나가온다. 그러면 할 수 없이 팀의 막내가 가져가서 처리한다. 이때 "이건 내가 할게" 하는 사람을 기업에서는 선호한다. 그런 사람이 팀에 한 명도 없다면 팀이 안 돌아간다. 업무에 있어서 너 일, 내 일 너무 따지지 말자. 우리 일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해라. 일하려고 회사 출근한 것 아닌가. 안 하려면 집에서 놀아라. 월급도둑 되지 말고.
뉴욕 양키스 유니폼에는 선수 이름이 없다.
메이저리그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는 유니폼에 이름이 없다고 한다. 등번호만 있다. 야구는 팀 경기고, 선수는 개인이 아닌 팀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메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MVP를 차지했지만 팀의 준우승에 고개를 숙였다. 축구는 개인의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팀이 결승전에 졌는데 개인이 MVP를 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또한 2015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마찬가지로 MVP로 선정되었으나 결승전에서 팀이 패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건방진 행동일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본인보다 팀을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자동차는 2만~3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그 부품들은 모양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각각의 부품들이 아귀가 맞아야 좋은 자동차가 탄생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1기는 200만~300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각 부품이 제 역할을 못하면 안전상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2013년 원전 비리 사건은 수만 개의 부품 중 하나인 제어 케이블의 품질 때문에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해당 부품을 사용한 모든 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 대란이 초래됐다. 이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나의 부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얼마나 능력이 있고, 얼마나 뛰어난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얼마나 조직에 융화할 수 있는지, 적합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들어갈 자리에 얼마나 딱 맞는지, 주변의 다른 부품들과 아귀가 맞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수원의 직원은 대략 1만 명이다. 나는 그 1만 명 중의 1명일 뿐이다. 비중으로 따지만 1만 분의 1인 0.01%의 역할을 담당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0.01%의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내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조직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네 일, 내 일 따지지 말고 함께 하도록 하자. 조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조직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판단해보도록 하자. - 헨리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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