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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우 Mar 06. 2016

글을 잘 쓰려면 번역서 보지마라

[비문의 범람]


자소서 첨삭을 하다 보면 비문이 엄청나게 많이 보인다. 심한 경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장도 많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많이 써보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의미 전달이 되는 글을 쓰려 노력 한다. 그런데 정말 글을 잘 써야 하는 문과생들이 공대생들보다 오히려 이상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한참을 고민하다 오늘 그 정답 비슷한 것을 찾았다.


안 그래도 책을 안 보는데 유일하게 보는 책이 대학교재, 즉 참고서다. 그런데 대학교재는 원서가 많다. 문과 쪽은 잘 모르겠다. 공대 쪽은 대부분 원서다. 그런데 원서를 보기 힘드니까 번역서를 많이 본다. 번역서는 글 쓰는 사람들이 번역한 것이 아닌 그 분야 전문가들이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학교수들이 많이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학교수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한다. 그래서 번역서 보면 비문이 엄청 많다. 그냥 번역만을 충실히 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보고 공부한 학생들의 글쓰기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예를 들면


1. 체계적 기획안을 만들어보고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PPT를 제작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실제적 이해를 학습하여 프로그램 개발자의 역량을 함양했습니다.


이런 문장이 있다. 주로 많이 쓰는 표현이 '~적' 과 '함양했습니다' 이 표현도 참 많이 쓴다. 언뜻 보면 괜찮게 쓴 것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불필요하게 ~적이란 표현을 쓰고, 앞 문장과 뒤 문장의 연결도 좀 어색하다. 그리고 '이해를 학습하여'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마지막에 '함양했습니다'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인데 이상하게 자소서에는 많이 등장한다. 왜 이런 잘 쓰지 않는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


->체계적으로 기획안을 만들어보고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PPT를 제작하는 활동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이론, 실무 지식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 개발자의 역량을 쌓아왔습니다.


2. 전기직으로서 전기설비 실무를 경험하며 다수의 사람이 협력하여 일하는 현장에서 정확한 보고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과 안전의식, 책임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문장을 복잡하게 쓰다 보니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문장이다. (정확한 보고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과 안전의식, 책임감이) 주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술어로 '중요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이상한 문장이 됐다.


->전기설비 실무를 경험하며 다수의 사람이 협력하여 일하는 현장에서 정확한 보고체계와 안전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저는 제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맡은 역할 이상의 것이 필요할 때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하고기본 그 이상의 것을 적극적으로 성취하려는 주인의식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맡은 일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 실행하며, 맡은 역할을 보다 잘 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리고 보다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맡은 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려 노력합니다.


4. 전자정부 프레임워크와 WAMP 서버를 사용하여 웹 기반 응용시스템 개발과정을 통해 웹 개발 모델링 및 설계에 대한 지식을 함양했습니다.


-> 전자정부 프레임워크와 WAMP 서버를 이용하여 웹 기반 응용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웹 개발 모델링과 설계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5. 이를 통해 저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수집하는 경영기획과 비즈니스에 필요한 장치, 장비를 조달하기 위해 협력사 관리와 계약을 체결하는 구매 조달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 이를 통해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기획부터 비즈니스에 필요한 물품 조달, 협력사와 계약 체결까지 일련의 구매 조달 직무를 경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불필요하게 명사화(~적, ~화) 하고, 함양, 역임과 같이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 사용, 쓸데없이 긴 복문 사용(한 문장에 주어, 술어가 두 개) 이 주로 나타나는 이상한 글쓰기 형태다. 특히 명사화가 가장 많다. 제한된 분량에 넣으려 하다 보니 명사화해서 줄이려는 것은 이해하나 불필요하게 풀어서 써도 되는 것을 명사화해서 문장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한글보다 영어에 익숙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한글로 된 책은 안 보면서 만날 토익책 보고 있으니 그것이 이상한지 조차 모르는 것 같다.


이 밖에도 주어로 '저는'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쓰는데 자소서는 어차피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므로 주어는 생략해도 무방하다. 자소서의 주어는 당연히 본인인데 '저는'을 계속 붙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을 확신합니다'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어떻게 확신하나.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본인이 자평하면서 확신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 역임은 '(사람이) 여러 직무를 두루 거치다'라는 뜻으로 본인에게 쓰는 표현도 아니고 한가지 해놓고 역임하였습니다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정리하자면


1. 동사를 명사화해서 쓰지 말자.
2. 불필요한 복문 사용을 자제하자.
3. 어려운 한자어 사용을 하지말자.



세 가지다. 잘 쓴 글은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읽다가 막히거나 무슨 뜻이지 하고 한번 더 읽게 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특히 자소서는 더욱더 그렇다. 면접관이 자소서 읽는데 몇 분이나 투자할까? 1분 이상 안 본다. 본인의 글이 면접관에게 읽히고 싶다면 쉽고 명확하게 한 호흡으로 쭉 읽을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 어려운 한자어, 화려한 수식어, 불필요한 조사, 긴 복문은 다 버려라. 쉽고 정확하고 명확한 표현이 가장 좋은 글쓰기 방법이다.


이번은 비문에 한해서 이야기했는데 모호한 표현은 더 많고 심각하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라. 본인의 이야기조차 명확하게 표현 못하면 도대체 어떤 것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더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참고 하길 바란다. 책 한 권 읽기 힘든가. 그럼 그중 [5장.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만이라도 보길 바란다.


글을 잘 쓰려면 독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일단 잘 쓴 글을 필사(베껴 쓰기)를 하다 보면 문장력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쓸거리(콘텐츠)가 없는 경우가 가장 많으니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첫 번째고, 그다음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키우고, 마지막이 글 쓰는 것이다.


글쓰기나 말하기나 본질적인 원리는 같다. 내 의견과 생각을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 즉 상대방에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쉽고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금방 이해할 것이다. 케이팝 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겉멋만 든 친구들은 항상 탈락하고 기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친구들이 항상 올라간다. 글쓰기나 말하기나 노래하기나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물론 자소서 잘 쓴다고 합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입사 후에는 글 잘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어차피 입사가 목적이 아닌 길게 보면 본인이 글쓰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지금뿐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글 한편 쓸 수 있게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떤지 이 글을 통해 권유해 본다. -헨리샘-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하루 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첩에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주 엿새를 그렇게 하면 180분, 세 시간이 된다.

한 달이면 열두 시간이다. 1년을 하면 15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3년을 하면 초등학생 수준에서 대학생 수준으로 글솜씨가 좋아진다.

나는 그렇게 해서 글쓰기 근육을 길렀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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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샘의 공기업 취업 blog.naver.com/novas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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