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 Bad girls)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타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넌 착할 것 같아.”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이 너무 싫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늘 착하기만 할 수가 있겠어. 누군가에게는 간도 쓸개도 줄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코털 하나도 내어주기 싫은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보면 “넌 착할 줄 알았는데?”라며 화를 낸다. 그럼 내가 당신에게 착하게 굴게끔 하던가. 당신이야말로 좀 착하게 살던가!
착하다, 나쁘다의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그저 벙어리 냉가슴 하며 모든 것을 참고 받아주기만 하는 게 착하고 좋은 사람인 걸까?
그런 게 좋은 사람이라면 나는 나쁜 사람을 하고 싶다.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는 것 같다. 쟤는 만만할 것 같고, 얘는 까다로울 것 같고. 하지만 그 판단이 늘 맞기만 할까? 나는 겉보기에 너무 평범해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을 것 같지만 연애할 때는 기가 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상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연애하는 데 있어서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눈감아 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스물에 만났던 J가 나 몰래 담배를 피운다고 지인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했을 때도, 서른에 만났던 또 다른 J가 툭하면 핸드폰을 꺼버리고 잠수를 탈 때도 나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상대방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과감함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쁜 여자를 꿈꾼다.
아무에게나 다정하지 않은 여자, 사랑을 할 때는 열렬한 여자, 아니다 싶을 땐 미련을 두지 않는 여자, 부당한 요구는 가차 없이 거절할 수 있는 여자,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함부로 다른 것을 희생하지 않는 여자. 그런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