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와 개인의 능력이 대등한 수준일 때 몰입이 가능하다
몰입은 주어진 과제와 개인의 능력이 모두 높으면서도 대등한 수준일 때 가장 잘 나타난다. 몰입경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시간과 자아를 망각하지만 그 후에는 자부심과 실력이 높아진다.
- 칙센트미하이, 심현식 옮김, <몰입의 경영>, Page 69-99 요약, 황금가지(2006)
30초 혹은 1분의 짧은 영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해 초스피드로 정보를 훑고 지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영상이나 자극적인 화면에서 얻는 기쁨이 나의 삶 속에서 지속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30초 혹은 1분 동안 특정 콘텐츠에 집중하거나 몰입을 한다고 해서 그 정보가 온전히 나의 지식으로 전환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짧은 순간의 콘텐츠의 정확도에 대해서 - 가짜 정보냐 진짜 정보냐 등 - 나 스스로의 지적 능력에 대해서 판단할 자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대에 남이 알아주건 그렇지 않든, 스스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척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깁니다.
경영자의 삶이란 자신의 일을 마음속으로 좋아하지 않고서는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자금관리, 인력관리, 사업관리,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오만가지 커뮤니케이션, 중요한 의사결정 등 업무 성격상 스트레스도 만땅이고, 근무시간은 한정이 없습니다. 속 편하게 주어진 일을 해 내는 임직원들의 9 to 5 혹은 재택근무가 부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하는 이유는 단계별로 헤쳐나가야 하는 목표와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맛보는 성취감이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보람(가치 있는 어떤 것을 얻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참된 '몰입'을 경험하면 사람은 자동적으로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선, 행동의 목표가 분명해집니다. 하나의 목표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목표가 분명하기에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해 나아갑니다. 조금씩 전진한다는 느낌이 저절로 듭니다.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피드백도 즉각적입니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 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잘하는 것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고, 못하는 순간은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그런 피드백도 상당히 즐겁습니다.
기회와 능력 사이의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심리적으로 좌절감을 겪습니다. 심할 경우 무기력에 이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는 '우울증'으로까지 진행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에, 즉 본인의 능력은 출중한데 목전에 있는 기회의 수준이 낮으면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흥미를 잃습니다. 식은 죽 먹기와 다를 바 없는 싱거운 사안일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몰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앞에 주어진 '기회'의 난이도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합니다.
몰입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집중력이 강화됩니다. 집중하는 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문득 자신이 특정 사안에 깊이 몰입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단계 정도에 이르면 굳이 생각할 필요성이 없어지며, 몸이 먼저 자연스레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 생각과 내 몸이 나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때로는 신들린 듯하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몰입이 시작되면 현재 삶의 고민도 생각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당면한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으므로, 이런저런 일상의 소소한 고민거리가 끼어들 정신적 여유도 사라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몰입에서 얻는 즐거운 경험은 마치 또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시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집니다. 온전히 몰입을 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타인이 보기에는 몇 시간이 흐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평소의 시간 감각보다 무척 빨리 시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참을 뭔가에 열중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경험이 바로 그런 순간입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자아마저 상실하게 됩니다. 개인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상태인데 몰입의 최고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놓인 목표를 해결하느라 그 대상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있다는 표현이 아마도 적절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참된 행복이란, 자아보다 위대하고 강력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몰두하다가 특정 순간에 의도하지 않았던 좋은 결과로 나타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고 여깁니다. 몰입의 절정에 달했을 때의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1주일에 한 번쯤이라도 이런 몰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단계별 목표와 해당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목표가 주어졌을 때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기른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계별 목표의 설정은 스스로의 적성과 관심, 그리고 생활환경을 모두 감안하여 내가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자아 정체성과 연결됩니다. 거창하게는 '내가 이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즉답을 할 수 있는 '직업 소명설'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눈 뜨고 일어나면 수 백 수 천명이 일시에 해고되어 실업자로 전락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직장'은 잠시 나의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동일 직종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내 자신은 과연 무엇에 몰입할 수 있는 지를 다시 찾아야 하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