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된 자유제국주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다른 개념의 용어이다. 자유주의가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권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악‘을 선택하는 사회제도(시스템)중 하나를 의미한다고 개인적으로 정의한다.
정상적인 상식을 지닌 한국 사람이라면, 다수의 선택이 꼭 올바르지 만은 않으며, ‘최고로 좋은 것을 선택한 결과‘가 될 수 없음을 지난 2022-2024년 동안 절실히 경험했다. 한국은 지금도 그 후유증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 안에는 이미 '자유주의'가 포함되어 있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것이 특정 이데올로기'가 되려면, 그 백성은 의사표현 등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회에서는 굳이 두 단어를 합쳐 '자유민주주의'라고 표현을 한다.
자유주의는 하나의 신조이자 논쟁의 대상이었다. 교육이나 법으로 개인과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보편주의적인 정책이기도 했다. (중략) 개인주의, 자제를 통한 자기 단련의 미덕, 실패에 대한 징벌 강조가 자유주의의 특징이었다.
자유주의는 개인 자산을 성공의 지표로, 자유시장을 공익 실현의 매개체로 여겼다. 인간이 발전하려면 과학과 기술, 이성과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제국의 팽창은 역사적으로도 발전, 자본주의 확장, 도덕적 요구라는 보편주의적인 개념을 아울렀다. 이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고유한 특징이었다. (중략)
자유제국주의는 영국 제국이 낯선 문화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괴상한 사람들에게 서양식 가치관을 주입하는 방법이었다.
- 지은이 '캐럴라인 엘킨스 Caroline Elkins', 옮긴이 '김현정', <폭력의 유산 Legacy of Violence>, 상상스퀘어(2025), Page 82
왕이 통치하던 시대를 지나, 왕을 단두대에서 처형한 시민 혁명에 의해 비롯된 근대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왕의 자손들이 세습에 의해 자동으로 최고 권력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 의해 권력이 결정되고 국가가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증기기관 등 새로운 동력의 발명 등 기술의 발달로 산업이 혁명적(*산업혁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제품의 생산과 공급, 노동력 구조의 변화, 소비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도 같이 시작되었다.
경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자, 변화의 물결 속에 제품을 팔고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새로운 부유층이 탄생했다.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업의 출현 등 금융업도 동시에 발달하기 시작했다. 경제 서적에 많이 등장하는 '시장경제'의 출현이다.
영국의 귀족 등 권력층이 투자한 '영국 동인도 회사(British East India Company)'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다국적 기업형태와 동일하게 자국 영토를 벗어나 해외까지 영업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멀리 해외까지 이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거친 바다 환경도 극복해야 했다.
시장경제의 흐름을 이어받은 현대 경제학 또한 '파는 자와 사는 자의 자유로운 흥정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미 운영되어 왔지만, 굳이 그 앞에 '자유'라는 단어를 추가한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했다.
'자유시장 경제학'은 1930년대에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Chicago school of economics)에서 태동했다.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들을 계승한 시카고학파의 대표적인 한 인물이 1970년대~1980년대 세계 경제학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데 성공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1912~2006)'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경제'는 시장 스스로의 자정작용으로 잘 돌아갈 수 있으니, '정부는 최소한으로 간섭 혹은 개입하라'는 것이다.
1980년도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이론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미국과 영국의 국가 경제 정책에 반영시켰다.
또한 남미에서는 일명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라고 불리는 시카고대 출신 경제학자들이 경제부 총리 같은 중요 직책들을 역임하며, 남미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영국의 대처 수상은 경영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웬만한 공기업을 시장에 내다 팔아 버렸던 '민영화'를 추진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공공부문 근로자들도 실업자가 되었고,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한 세상이 탄생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직종이 탄생한 뿌리이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 바로 '자유시장 경제론'이다.
해고 예정 (혹은 해고된) 근로자들의 시위에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제압하며 대처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보건과 의료, 실업자 구제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확대 심화된다.
'자유시장 경제론'은 이제 이론적으로도 틀렸고, 실물경제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물 간 경제학 이론'이지만, 잊을만하면 재등장하기에 '좀비 경제학(Zombie Economics)'으로 불리기도 한다.
권한만 위임하고,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영국 제국이 세운 '동인도 회사'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 여성의 유두를 날카롭게 자른 대나무 사이에 끼워 넣고 잘라버리는 등 식민지배를 당했던 피지배 국가의 사람들을 마음껏 유린했다.
비록 형태는 바뀌었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며 수시로 사망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등에 올바로 대처하지 않는 지구촌 전반의 분위기는 영국 제국 시절에 '동인도 회사'가 저질렀던 행태와 그 속성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References>
Title Background Image: 'Department of Economics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on Wikipedia.org
지은이 '캐럴라인 엘킨스 Caroline Elkins', 옮긴이 '김현정', <폭력의 유산 Legacy of Violence>, 상상스퀘어(2025), Page 60-82 내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