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제 시스템 한계와 순환 경제로의 전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는 자원을 소비한 후, 쓰레기를 양산한다

by 노바티오Novatio
The essence of that industrial system is the cradle-to-grave manufacturing supply chain of take, make, use, lose: extract Earth's minerals, metals, biomass and fossil fuels; manufacture them into products; sell those on to consumers who - probably sooner rather than later - will throw them 'away.

When drawn in its simplest form, it looks something like an industrial caterpillar, ingesting food at one end, chewing it through, and excreting the waste out of the other end.

- Kate Raworth, <Doughnut Economics>, Penguin Books(2017), Page 212

(전통적인) 산업 시스템의 본질은 '(자원을) 채취하고, 만들고, 사용하고, 버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제조를 위한 공급망 (확보)이다. 지구의 광물, 금속, 바이오매스, 화석 연료를 채굴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공급자 관점에서는 자원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구매력이 없으면) 아마도 조만간 '버려질'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그려보면, 마치 산업용 애벌레처럼 한쪽 끝에서 먹이를 섭취하고, 씹어 먹은 다음에 다른 쪽으로는 배설물을 배출한다. (번역 by 노바티오)

- 케이트 로워스, <도넛 경제학>, 펭귄북스(2017), 212쪽
순환경제를 '도넛 경제' 모델로 설명한 Kate Raworth (2017) / Image: kateraworth.com 화면 캡처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무역 분쟁이 한 숨 돌리는 형국이다. 중국이 1년간 희토류 통제를 연기하면서 무역 분쟁이 '휴전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오늘까지도 세계 경제는 자원의 채취와 원재료 운송, 가공과 제조(생산), 유통망을 활용한 소비자에게까지 공급, 소비 후에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미국-중국 간의 1차 분쟁은 원료 확보를 위한 경쟁이고, 높은 비율의 무역 관세는 소비자에게까지 공급되는 과정에 대한 2차 분쟁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 가게에서 한 번 먹고 버리는 커피의 생산과 가공을 거쳐 1회용 컵을 사용하는 '테이트 아웃' 방식으로 마신 후에 플라스틱(종이컵)을 쓰레기 통에 미련없이 버리는 과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The essence of that industrial system is the cradle-to-grave manufacturing supply chain of take, make, use, lose." (전통적인) 산업 시스템의 본질은 '(자원을) 채취하고, 만들고, 사용하고, 버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제조를 위한 공급망 (확보)이다.


이 문구는 현대 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다. '애벌레'에 비유된 직선 형태의 '선형 경제'는 지구의 자원을 한쪽 끝에서 섭취하고, 다른 끝에서 폐기물을 배출하는 단방향 시스템이다.


이런 표현이 등장한 배경에는 1900년대에 진행된 산업화 이후 가속화된 자원 고갈과 환경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지구의 생태적 한계는 명확해졌다.


기후변화, 플라스틱 오염, 생물의 다양성 감소 등 환경 문제가 심화되면서,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현대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엘런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등 순환 경제를 주창하는 단체들은 선형 경제의 비지속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표현을 적극 활용했다. (*)


자원 채취부터 폐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애벌레의 소화 과정처럼 일방향적이라는 비유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일직선 형태의 선형 경제가 지배적 패러다임이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자원은 풍부하고 저렴하다는 전제 하에, 기업들은 재활용이나 내구성보다 생산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둘째, 20세기 소비주의 문화는 '새것'에 대한 욕구를 부추겼다.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전략은 제품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켜 반복 구매를 유도했다. 시중에 회자되는 스마폰 교체 주기가 3년이라는 풍문이 전혀 근거 없게 들리지 않는다.


셋째, 환경 비용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자원 채취와 폐기물 처리로 인한 환경 파괴 비용은 '외부효과'로 간주되어 기업의 회계에서 제외되었다.


마지막으로,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선형 모델을 지원했다. 재활용 시설의 부족, 재생 자원에 대한 낮은 경제성, 매립장으로 향하는 비용이 폐기물 수거 및 재처리 보다 용이하다는 점 등이 선형 경제를 강화했다.


선형 경제는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석탄과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은 제품 가격을 낮추고 소비를 확대했다.


19세기 후반 석유의 발견과 화학 산업의 발전은 플라스틱 등 새로운 소재를 탄생시켰고, 이는 '일회용 문화'를 가능하게 했다.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부흥기에는 대량소비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사용 후 폐기' 모델이 확산되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환경운동의 등장으로 잠시 재고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선형 경제를 더욱 가속화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고, 선진국에서 소비한 후, 마지막에는 개발과정에 있는 국가에 폐기물을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도 의류 재활용함에 버린 폐의류가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된다)


선형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이다. 순환 경제는 '채취-제조-사용-폐기' 대신 '재사용-재제조-재활용'의 폐쇄 루프를 추구한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구성과 수리 가능성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이 있다. 소유 대신 공유하는 '서비스형 제품(Product-as-a-Service)' 모델, 한 산업의 폐기물을 다른 산업의 원료로 활용, 생분해 가능한 바이오 소재 개발과 재생에너지 전환 등이 이런 노력의 유형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무한한 자원과 무한한 폐기 공간을 가정할 수 없다. 경주 지하에 있는 원자력 방사능 페기물 저장고도 가까운 미래에 거의 만땅이 되어간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기술 혁신, 비즈니스 모델 변화, 소비자 인식 전환, 그리고 정책적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여 아름다움을 연출하듯, 쓰레기 냄새 펄펄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 자체도 이제는 재활용 되어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References


Title Background Image: Rod Long from Unsplash

Kate Raworth, "The Doughnut of social and planetary boundaries" (2017), Kateraworth.com (최종 접속일: 2025-11-04)

(*) 엘런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엘런 맥아더 재단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그들의 임무(Mission)를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Our mission is to accelerate the 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 재단은 기업, 정책 입안자 및 기관과 협력하여 사람과 환경에 이익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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