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주신 선물'과 '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의 도시
(A.D 600년대에 벌어진) 무슬림의 정복은 방대한 교역망과 교통로를 통제할 수 있게 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페르가나의 오아시스들을 북아프리카 및 대서양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아시아의 중심부에 엄청난 부가 집중되었다. (중략)
가장 놀라운 것은 거대한 신도시의 건설이다.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서 수백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한다. 10세기에 나온 일부 평가가 과장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 작가는 대중목욕탕의 수와 그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종업원 수, 가정용으로 유통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욕조 수를 추산하여 이 도시의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그곳은 마디나트 앗 살람, 즉 '평화의 도시'로 불렸고, 오늘날 우리는 그곳을 '바그다드(**Baghdad)'라고 부른다.
-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 지음, 이재황 옮김, [실크로드 세계사 (2017), 원서 제목: The Silk Roads (2015)], Page 162
700년대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는 이슬람 세계의 풍요과 왕권의 중심지였다. 칼리프(최고지도자) 자녀의 결혼식은 신랑, 신부 하객들에게 금화와 은화를 넣은 지갑을 기념품으로 줄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광대하고 생산성이 높고 화폐경제가 발달한 제국에서 전례 없이 거둔 막대한 조세 수입 덕분에 가능했다.
700년대의 유럽은 중세시대였고, 문화적 암흑기였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기록문화만 조금 남기고 있을 시기였다. 당시에 중국은 '당나라' 시대였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의 인구도 100만 명을 넘는 거대도시였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이곳 '장안'이 오늘날 중국 싼시성(陕西省, Shǎnxī Shěng)의 수도인 시안(西安)이다.
한국어 속담에 '장안의 화제'라는 표현이 있다. 흔히들 이때 언급되는 '장안'을 시장통(in the market)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속담에 등장하는 지역이 바로 당나라 시대의 '장안'이다.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 최고의 도시 '장안'에서 화제가 되고 있으니,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700년대에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을 시발점으로 중동지역까지 문화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중동에서는 이슬람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였다. 같은 시기, 서로 다른 풍성한 문화가 교차하며 일반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두 지역이었던 중국과 중동이 실크로드로 연결되었다.
그 여파가 통일신라와 발해가 존재했던 당시의 한국까지 발달된 문물이 흘러들어왔다. 경주 왕릉 유물에서 발견되는 화려한 유리 공예작품과 터번을 머리에 두른 채 왕릉을 지키고 있는 중동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커다란 석상이 그 흔적의 일부이다.
2003년 3월, 미국과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습했다. 독재정권의 수장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원유를 둘러싼 경제적 이익 다툼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때부터 과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평화의 도시, 신이 주신 선물의 도시는 파괴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낮은 수준의 문화를 가진 민족이 과거에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진 지역을 파괴해도 국제사회는 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고, 오히려 연합군이라는 미명하에 파괴 과정에 동참했다.
자고로, 국가는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벌어진 한국과 미국 사이의 관세협상 과정을 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고 있다. 국가는 강해야 한다. 군사력과 경제규모, 수준 높은 문화 역량 등 모든 면에서 강해야 한다.
그중에서 한번 스며들면 여간해서는 빠져나가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나라가 제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자가 부족하였고, 억압받던 식민지 시절임에도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미리 예견하며 국가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김구 선생님과 이름 모를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리운 하루이다.
참고문헌 Bibliography & References
Title Background Image: Baghdad, Photo by Vess Gurung from Unsplash
(*) Cicero, Pro lege Manilia, 6, in Cicero: The Speeches, ed. and tr. H. Grose Hodge (Cambridge, MA, 1927), p.26
(**) 바그다드(Baghdad): 고대의 중세 페르시아어(이란어)로는 문자 그대로 "신이 주신 선물" 또는 "신의 선물(Gift of God)"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762년에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 알 만수르(al-Mansur)가 이곳을 수도로 건설했을 때, 공식적으로 'Madīnat al-Salām')이라는 아랍어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평화의 도시(City of Peace)"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