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적인 창업가 개인은 기업의 주된 성공 요인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도 중요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성공스토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뛰어난 영웅적인 기업가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개인은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헌신적이고 유능한 직원들이 없으면 기업의 비전은, 그것이 아무리 원대하고 좋은 것이라 해도 그냥 비전으로 그치고 만다.
-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2023), Page 135 (원제: Edible Economics: A Hungry Economist Explains the World (2022년)
빠른 배송을 자랑하던 한국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회사의 고객 정보가 거의 대부분 유출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접한다. 약 3천 만명 이상의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심각한 상태이다. (*이 글을 쓰는 내 자신은 다행스럽게도 그 회사 고객으로 가입되어 있지 않다.)
배송 기사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도 심심찮게 들리던 그 회사는 이번에 정보 유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영진들이 보여준 태도와 사고방식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그 회사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외국에 살고 있다는 창업자의 태도가 연일 주요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동안 머리 속에 '빠르고 편리한 배송을 제공하던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로 썩 좋지 않은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형성해 나아가고 있다.
창업자 홀로 영웅적인 스토리로 기업이 성공했다는 것은 착각 혹은 착시 현상에 가깝다.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제품 생산과 상품 포장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각 산업 분야 협력업체와 소속 근로자들, 에어컨도 없는 등 열악하다는 물류창고에서 쉼없이 상품을 분류하는 근로자들.
배송 트럭에 시동을 걸고 아파트, 주택가 골목,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며 할당된 배송 물량 처리를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며 문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고, 사진까지 찍어서 고객에게 배송이 완료되었음을 알려주는 택배 근로자들, 이런 활동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시스템과 스마트폰 어플이 작동하도록 온갖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고 있는 IT 엔지니어들...
그리고,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상품 하나를 배송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고생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수 많은 사람의 수고로움이 있을 것이라 여긴다.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창업자. 상당한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공식적으로 나서서 사과할 줄을 모르는 창업자와 상당한 급여를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장과 부사장과 전무와 상무 등과 같은 기업의 임원들...
해외에서 운영되는 주식 시장 상장으로 상당한 부를 획득한 사람이지만, 온갖 여론으로부터 탐탐해 하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창업자의 인생과 그런 기업이 과연 성공한 삶인지, 잘 나가는 기업인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역시 생계가 달려있기에 현재 제기된 각종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고객들로부터 다시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를 기원은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 창업자는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나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는 세상의 보편적인 상식 혹은 진리를 알 수 있는 날이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