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인식을 통한 내면의 성장
2. 자신과 마주할 용기

by 이마음
시간 가게.jpg 이나영의 『시간가게』 (문학동네, 2013)

과거의 행복의 순간은 행복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여기 행복한 자기를 잃어가는 아이가 있다. 현실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미래만을 바라보며 현실을 잃어버린 아이가 바로 윤아이다. 『시간가게』(이나영, 문학동네, 2013)의 주인공 윤아는 행복한 미래의 자기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는 아이였지만 차차 현실의 행복을 추구하며 자족하는 성장하게 된다.

지금껏 나는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p188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 중에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아이가 얼마나 될까. 그냥 주어진 생활에 살아갈 뿐이고, 부모님이 세팅해 놓은 일상에 놓여 움직이는 아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 것이 편하고 좋은지에 맞게 아이들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다음은 없어. 그건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엄마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지 몰라?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 공부만큼 쉬는 게 어딨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잖아.”

엄마 목소리가 쩌렁쩌렁 집 안을 울렸다. 내 몸이 먼지처럼 작아지다가 사라질 것 같았다. 숨이 막혀 서 있을 수가 없었다. p94

전학 오기 전에는 1등을 놓친 적 없는 윤아지만 가장 교육열이 센 동네로 전학을 가서 반 1등이면서 5학년 전교 1등인 수영이를 이기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잃는 것에도 마다않고 하기에 이른다. 윤아는 자신을 위한 삶보다 2학년 때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고, 엄마에게 힘이 되기 위해 수영이를 이기고 싶어 하는 아이이다. 엄마가 원하는 것이 수영이를 이기는 것이기에 엄마를 위해 수영이를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하교 후 영어학원에 늦어서 마음이 급한 상황에서 윤아의 얼굴로 날아든 전단지 한 장을 보고 반신반의하며 호기심에 시간을 사러 간 윤아. 십 분의 시간을 얻는 대신에 주어야 할 것은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이다.

무리에 섞여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으로 최상의 제품을 찍어 내는 것처럼, 나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 절대로 불량품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p77

윤아는 마치 자신이 ‘주인의 취향대로 조립되는 DIY 가구’ 같기도 한 느낌도 받지만 매번 곤란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한 번 두 번 쉽게 쉽게 시간을 사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것이 곧 행복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마음 한쪽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윤아는 서서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행복한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p152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잃어버린 행복한 기억을 찾아가듯 자기를 회복해 가는 윤아를 통해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해 보면서 자아는 성장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장소 와 같은 공간, 환경 등 속에서 추억을 만들어 가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윤아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은 그런 고민을 할 겨를이 없다.

"날 힘들게 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였어. 나더라 무조건 참으라고만 했으니까……. 그때 날 잡아 준 게 만화였어.“

그냥 내 느낌인지 모르지만, 영훈이 말끝이 떨리고 있었다. 영훈이가 가장 힘들었을 때, 영훈이 엄마가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 영훈이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았다. 만화가 영훈이에게 힘을 주는 존재였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새삼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p168

윤아는 그제야 주변을 돌아 볼 수 있게 된다. 친구 영훈이가 꿈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는 동안만은 마음이 편해지고, 슬픈 생각을 잊을 수 있다는 말에 자신에게 힘이 되는 것이 뭔지도 고민해 보게 된다. 이제껏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사는 것이 엄마와 자신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임을 믿었던 윤아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게 되는 계기를 얻게 된 것이다. 자기 성찰은 윤아로 하여금 용기를 낼 수 있게 했다.

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현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처럼 영훈이가 만화를 잘 그리는 것처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행복이란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내 시간을 내가 주인이 되어 써야 할 것이다.

‘윤아야, 너 지금 어떠니?’

앞으로 난 매 순간 이렇게 나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을 것이다. p196-197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윤아들이 있다. 윤아의 독백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해야 할 고민이다.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신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윤아의 도전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힘은 무엇보다 큰 힘을 발현할 것이다. 진정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와 자신을 둘러싼 여러 관계들로 인해서이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으로 인한 자신이 아닌 자신이 선택하고 판단으로 인해 행동하고 느끼는 자신이 진정한 자신인 것이다. 타인의 기대에 부합되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외면하는 아이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를 갖지 못할 것이다. 『시간가게』를 통한 만난 윤아는 처음에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윤아는 자기 존재감을 회복하고 주체적인 삶으로 한발 내딛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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