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바로 자아 실현이다. 우연히 얻어 걸린 꿈이 아닌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자아 실현의 과정이다. 인간의 행복한 삶은 자신의 잠재 능력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그것을 재현하여 현실의 것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이상교의 『처음 받은 상장』(국민서관,2005)에는 글짓기에 뛰어난 재능을 발견하게 된 2학년 시우가 나온다. 시우는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시를 지어 우수상을 타게 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우가 ‘처음 받은 상장’이었다.
“우리 집안에 정말이지 시인이 났구나!”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 시인이 될 거예요. 아버지.”
시은 언니는 정말이지 예쁘고 공부를 잘한다.
시애는 정말이지 야무지고 똑똑하다.
시규는 정말이지 머리가 좋은 금쪽 아들이다.
나는 정말이지 키다리 새다리다.
그리고 어린 시인이다. (p112)
시우는 늘 자신감이 없고 잘 하는 것 하나 없었던 아이였다. 지각 대장인데다가 숙제도 안 해가는 것이 일쑤이고, 시은 언니와 늘 비교 당하는 아이가 바로 시우이다. 하지만 시우가 꾸준히 스스로 하고 있는 것 하나가 일기쓰기, 특히 일기장에 시를 쓴다. 시우가 일상에서 보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일기장에 담는다. 시에는 시우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사한 날에도, 숙제를 해가지 않아서 벌을 섰던 날에도, 빵 속만 파먹어서 엄마한테 혼나고 방에 들어가 한쪽이 깨진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서도, 갑자기 내린 많은 비에 동생 시규를 업고 힘들었던 날 결국 동네 오빠인 판석이의 도움으로 집에 갈 수 있었던 그 고마움도, 패랭이꽃을 닮은 예쁜 언니에 대한 마음도 모두 시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 글짓기라면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중략)…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학교가 끝난 뒤,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원고지 한 묶음을 샀다. 글짓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연습한 글짓기는 다시 새 원고지에 또박또박 옮겨 적었다.
나는 글짓기 대회에 <내 동생>과 <그네>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 두 가지를 써냈다. 홍점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도 글짓기에 자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선생님이 일러 준대로, 생각나는 걸 솔직하게 썼다. (p100-101)
산수 시험에 15점을 받아 기가 죽어 있기도 했던 시우였지만 글짓기 대회 상장 하나로 달라졌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마음을 전한 시우의 진심이 공감을 얻은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꾸민 것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의 마음에 충실했던 것이다. 늘 혼나기만 하고 반 아이들로부터 ‘키다리 새다리’로 불리던 시우는 시인이라는 꿈을 마음에 품게 된다. 글짓기 대회 상장이 시우의 꿈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된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슨은 심리 사회적 발달을 총 8단계로 나누었다. 그중 네 번째가 6세에서 12세 사이의 아동에 해당하는 근면성 대 열등감 단계인데, 이 시기의 아동은 어른이 되기 전에 필요한 능력을 얻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을 잘 극복했을 때 자신도 쓸모 있는 존재이며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며, 그 유능함으로 인해 자아의 발달은 더욱 활성화 된다고 한다.
흔히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형성된다고 하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발전성이 없다. 타고 나지 않은 재능을 탓하기 보다는 의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