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위해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은 반드시 그것을 얻게 된다. 마음 속 간절함은 스스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하며 다른 이들까지도 마음을 바꾸는 효과를 발휘한다.
『명혜』 속 명혜가 그랬듯이 이미애의 『꿈을 찾아 한걸음씩』(푸른책들,2009)에도 간절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이미 자신이 ‘이것이다’라고 확신하는 꿈이 있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내 꿈을 인정해 주세요.’하고 언제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p22)
손두부라는 별명이 싫지 않은 열세 살 손두본은 요리사가 꿈이지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과학자라고 말하곤 하는 아이이다. 어른들은 꿈은 가능한 한 크게 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되도록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이길 바란다. 그래서 두본이도 진짜 꿈은 숨기고 어른들도 수긍할만한 가짜 꿈으로 바꿔 말하는 것이다.
“두본이는 뭐가 되고 싶니?”
“요리사요.”
아차차. 이럴 수가. 보나마나 나경이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이상한 아이야.’ 하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푹 꺾었다. 달달 다리를 떨고 있는 게 내려다보였다. 딱 멈추고 얼굴을 들었다. (p57)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서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사회 속에서 남자들은 부엌에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요즘에야 남자 요리사들도 방송에 많이 노출되어 의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본이의 부모님은 두본이가 다른 번듯한 직업을 갖길 원한다. 그러나 두본이는 누구나 우러러 보는 직업보다는 자신이 마음으로 원하고 또 재능도 있다고 확신하는 일인 요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중한 꿈을 향해 도전하고 현실에 충실한다.
두본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은 외삼촌이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손맛을 재현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외삼촌을 통해 드러난다. 인정받던 요리사였지만 미각을 잃고 꿈을 포기한 외삼촌을 위해 두본이는 요리를 더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말로만 꿈이 아닌 정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두본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명혜』 에서 낙경이가 명혜의 지지자 역할을 했듯이 『꿈을 찾아 한걸음씩』에서의 두본이에게도 나경이가 곁에 있다. 나경이 또한 헤어디자이너가 꿈이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둘은 단짝이 되어 서로의 꿈을 향해 응원한다. 특히 나경이가 두본이에게 선물한 ‘꿈의 다이어리’는 두본이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차근차근 기록되면서 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향해 어떤 실제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네 꿈을 금방 이해해 주셨잖아. 근데 그게 내 문제가 되면 달라진다는 거야. ‘다른 아이에겐 관대하게 우리 아이에겐 엄격하게.’ 이게 우리 엄마 신조일걸. 아마도.”
늘 똑 떨어지게 말하던 나경이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깐 말 안 했지만. 나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걸랑. 우리 엄마 뭐라 하시는 줄 아니? 그것만 말고 다른 건 뭐든지 돼도 좋다는 거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만 빼고 뭐든지. 그게 말이 되니?” (p61)
어른들은 “넌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지만 그 질문에는 정답의 범위를 이미 정해 놓고 있다. 그러한 기대를 모를 리 없는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범위 안에 들기 위해 자신의 꿈을 내려놓기도 한다. 그러나 천천히 ‘꿈을 찾아 한걸음씩’ 전진해 가는 두본이는 부모의 현실적 기대도 충족시키면서 자신의 꿈을 인정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요리사는 요리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기본적인 공부가 충족되기를 원하는 부모의 바람대로 공부도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요리사의 꿈을 위해 요리 학원도 다니고, 곰동이 학당의 밥상머리 봉사단원으로도 활약하면서 꿈에 다가가고 있다. 머리로만 꿈을 꾸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꿈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우격다짐으로 나를 부엌에서 끌어내는 한이 있어도 외삼촌을 위해 뭔가 해 볼 테야. 난 언제나 요리를 하고 싶다고 외치면서도 내 손으로 뭔가를 제대로 시작해 보지 못했어. 난 꼭 할 거야.”
나경이가 다른 때보다 힘 있게 내 팔을 툭 쳤다.
“파이팅이다. 손두본. 그래. 부딪치는 거야. 멋지게 한번 부딪쳐봐.” (p139)
두본이처럼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내가 더디더라도 성실하게 준비해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물론 꿈은 커가면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해 내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비록 다른 꿈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분명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