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입 다물어

오빠는 말문이 막힌다

by 아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뒤에 꽂히는 여자의 목소리.


- 내가 화가 풀어질 만하면 또 화를 돋궈. 오빠는, 그냥 입을 다물어.


바람대로 오빠는 말문이 막힌다. 순순히 입다물면 화가 더욱 돋궈질까봐 그는 영문을 모른 채 미안하다고 말한다. '화가 풀어질 만할 때'와 '또 화를 돋굴 때'의 적확한 시각을 알기란 어렵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은 나의 통제 범위 밖이다. 타인이 아닌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면 다른 언어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화는 돋구는 게 아니라 돋우는 것이다. 용기를 돋우다, 할 때처럼. 그 오빠, 여자 보는 도수 좀 돋궈야겠네.


무엇 때문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여전히 속상하며 기분전환을 위해 어떤 데이트를 원한다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말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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