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피로

<피로사회> - 한병철

by 아륜

한병철 교수가 말하는 피로사회는 진단이 아니라 처방이다. 성과사회에 살기 전 우리는 규율사회를 지나왔다. 규율사회는 부정 패러다임의 시대다. 규율이란 자유를 금지하고 의무를 지우는 당위 법칙이다. 20세기 후반 스며든 성과사회는 이러한 부정성을 부정하고 긍정성을 과잉한다. 성과사회 주체인 나는 '할 수 있음'을 거부하지 못하고 할 수 있을 수 없을 가능성을 차단한다. 타인으로부터 착취당하는 대신 자신을 학대하는 성과사회는 스스로가 닳아 없어지는 우울증을 발병한다. 분노할 줄 모르고 피로할 줄 모르는 성과사회는 우울사회로 이어진다.


이제 사회는 피로해야 한다.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멈추어 천천히 사색하고 그에 따른 무위를 관조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타자를 원망하는 제동 없이 과로가 지속될 때 사회는 단체로 신경증적 우울증에 빠진다. 현대인은 정신증으로 진단받지 못하는 사회, 거절하지 못하는 사회, 즉 피로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부정의 규율사회는 긍정의 성과사회를 넘어 정상의 피로사회로 가야 한다.


한병철의 핵심어는 긍정성의 과잉과 타자성의 소멸이다. 나는 그의 저서 두 권을 보고 나머지 책 내용을 짐작한다. 정치와 권력을 지나 아름다움과 자연을 다룬 몇 권의 책 제목만 보아도 치료 계획을 알 수 있다. 먼저 피로를 인정하고 누리는 연습을 한다. 그다음 과잉 긍정이라는 항응고제를 끊고 스스로 예술로 지혈한 다음 타자와의 사랑으로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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