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쐬자 책들아
공공 도서관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등교가 이뤄진 후에야 어렵게 부분 개관을 했다. 나는 몇 달 만에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둘러보았다. 시간을 두고 머무는 건 금지되어 있어 빌릴 책만 얼른 뽑아오는 찰나였지만 행복했다. 그렇게 두 번 갔는데 그사이 확진자가 늘고 도서관은 다시 문을 닫았다. 부분 개관을 하기 전에 한 번 이용했던 사전예약 서비스를 다시 신청했다. 읽고 싶은 책 최대 여섯 권을 전날 홈페이지로 신청하면 내가 지정한 시간에 도서관 입구에서 찾아오는 방식이다. 걸어가도 되고 차를 타도 된다. 사서선생님이 내 책들을 골라 쇼핑백에 미리 담아두면 나는 회원증을 보여주고 쇼핑백을 날름 받아오면 되는 것이다. 집에도 안 읽은 책이 많다. 동네서점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산 책들, 대형서점에서 한두 권씩 산 책들, 인터넷에서 꾸준히 산 책들까지 테이블 위에 쌓여 있다. 그것들을 읽어나가는 도중에도 읽고 싶어 메모해 둔 책은 꾸준히 늘어난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도 있고 내용은 궁금하지만 소장하지 않아도 되는 책도 많다. 그런 책들을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려볼 수 있어 좋다. 내일 낮에 두 시간 범위를 두고 서비스를 예약했는데 마치 친구와 약속한 기분이 든다. 찜한 책들과 만날 시간은 한낮의 오후다. 햇빛이 뜨거운 언덕을 올라 책을 찾으러 갈 생각을 하니 내일이 기다려진다. 책들도 책장에 갇혀 있다가 바깥바람을 쐬면 좋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