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잎들>
1.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실패에 대해. 죽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사랑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하는 쓸데없는 일들을 마구 늘어놓는다.
(극 중 대사 "사랑이 최고야. 나머지는 다 그게 안 돼서 하는 거야")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백이 있어서 좋다. 대사에 숨소리와 한숨, 담배 연기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대본은 꽉 찰 것이다. 아끼는 만큼 소리치고 절규하고 오해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었다.
2.
김민희는 너무 예쁘다. 생김새도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내레이션이 특히 좋았다. 목소리에 표정이 있다. 음색이 예쁠 뿐 아니라 높낮이와 호흡이 다 이쁘다. 이런 배우를 다양한 영화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뮤즈는 뮤즈일 때 가장 아름답겠지 생각하면 다음 영화도 기대가 된다.
3.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잠깐 커피를 마시며 술잔을 부딪치며 그의 인생을 듣고 싶다. 인간을 만나고 싶다. 말 없는 입술을 열어 나의 디테일을 함부로 알려 주고 상대의 디테일을 훔치고 싶다. 지금은 익숙한 사람들과도 만나기 어려우니 답답하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시끌벅적 술자리도 갖고 싶고 막 이것저것 다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