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

영화 <그녀의 연기>

by 아륜

애인 대행 알바로 제주도까지 온 영희. 그런데 철수의 아버지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영희는 할일이 없어졌고 철수는 봉투를 쥐여주고 돌아가라고 한다.

영희는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철수의 아버지 앞에서 연기를 시작한다.

- 네? 노래해 달라고요? 그 노래요? 아, 그거 어려운데. 꼭 듣고 싶으시다고요?

그의 아버지는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영희는 일어나 판소리도 하고 혼자 반쪽짜리 대화를 이어 간다. 철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영희가 꾸며낸 세상에 자기도 모르게 들어간다.

나는 27분짜리 단편영화 때문에 거의 울 뻔했다. 미칠 듯이 사랑스러워서 사랑에 빠져버리는 순간 중에 하나는 바로 나의 소중한 세계를 당신이 인정해줄 때다. 나에게 의미 있는 대상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반응을 보여줄 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두고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그 순간 나는 살아있다고 느끼며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생긴다.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사랑스러움을 경험하면 나는 당신에게 사로잡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