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서를 읽고

<비브르 사비>, <파리 빌라>,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 윤진서

by 아륜

배우 윤진서를 좋아한다. 보기보다 빠졌을 때 수심이 깊은 바다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만난 적 없는 그가 쓴 글을 읽으면서 윤진서가 더 좋아졌다.

<비브르 사비>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는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산다는 뜻이다. 윤진서의 좌우명인 듯한데 나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겠다. 윤진서는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첫 산문집에서 조리하지 않은 문장과 포장지를 벗어던진 메시지를 읽었다.

<파리 빌라>
그러다 소설을 썼다고 한다. <파리 빌라>는 장편이다. 주인공은 파리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아테네 등을 돌아다닌다. 친구를 만나고 남자를 만나고 한 도시에 머물다 곧 다른 도시로 떠난다. 소설인데 윤진서가 찍은 듯한 사진이 잔뜩 실려 있다. 그 사진을 찍은 시공간에서 소설 재료를 얻지 않았을까.

파리 빌라의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작가를 만난다. 샌프란시스코는 안 가봤다. 윤진서에 따르면 바람이 애무하는 도시라고 한다. 윤진서의 언어를 알겠다.
소설 속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그는 상이란 지나갈 뿐 학교가 수상자에게 주는 전용 주차구역이 더 좋다고 했다. 책 182쪽에서 그 이유를 들었다.

"쓰지 않으면 더 고통스러우니까. 쓰지 못하는 작가는 오판을 받고 감옥에 온 죄수의 묵언수행과 같은 거야. 자신만이 증인인 일에 대해 평생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게나."

툭, 이런 문장이 종종 튀어나오는 바람에 나는 윤진서의 글솜씨를 주목했다.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세 번째 책, 그리고 두 번째 산문집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의 문장은 먼저 낸 책들보다 세련된 형태였다. 아직 내가 기대하는 작가의 문장력은 아니지만 작가다운 통찰력이 있다.

탑승하고는 전화를 걸 수가 없다. 탑승을 하면 이제 비행기 안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외부와의 단절, 그리고 기내식과 영화, 와인과 맥주, 미래의 시간으로 가기도 하고 과거의 시간으로 가기도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비행기 내의 시간을 즐기는 수밖에. 비좁아서 엉덩이가 아플 때도 있고 옆 사람이 코를 골아 잠에 들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p. 194)

윤진서가 말하는 결혼 이야기다. 부부는 서핑을 즐겨 한다. 책을 쓸 때는 제주도에 살았다. 윤진서의 일상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와 차와 맥주를 마신다. 그녀는 이런 꾸밈없는 소소한 생활을 즐긴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다음 윤진서의 산문집은 신혼일기였으면 좋겠다. 쓰기만 하면 냉큼 읽어 줄 테니 얼른 출간하시길. 이쁜 사진도 많이 실어주기를.

윤진서도 하루키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하루키 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하루키가 좋다는 사람을 보면 스르르 약해지는 오류를 범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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