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사는 이유

영화 <굿 윌 헌팅>

by 아륜

고아로 양부에게 맞고 자란 윌 헌팅. 그가 세상에 마음을 열지 않는 건 자연스럽다. 그는 불합리로 가득한 어두운 세계를 보고 자랐다. 저마다 상처가 있겠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은 천재 소년을 청소만 하도록 만들었다. 누구도 자신의 출생과 성장배경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주어진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남들은 좋은 부모님이 넓은 집에서 끼니마다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고 기념일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주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데 왜 나만 이런 집에서 태어났을까? 남들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 왜 나는 어떻게든 출세하려 발버둥쳐야만 흉내라도 내는 걸까.

우리 잘못이 아니었다. 주어진 좋지 않은 것들은 우리 탓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들 중 좋은 것, 남들보다 좋은 것, 그건 내 덕분일까? 마찬가지로 내 덕이 아니었다. 내가 잘해서 얻은 게 아니었다.

나의 불행이 내 탓이 아닌 것처럼 내 잘난 부분도 내 덕이 아니다. 이 사실이 광활한 세상에서 나를 겸허하게 한다. 나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해야할 일은 그저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하루를 살고 또 내일을 그리며 좋은 부분을 늘리고 좋지 않은 부분을 다듬는다. 나의 선택과 의지가 닿지 않는 영역이 크다는 사실은 무기력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남으로써 오늘에 집중할 수도 있다.

나는 귀하고 또 부족한 존재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소중하고 결핍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이 세상에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