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글쓰실 시간입니다

by 아륜

컨티넨탈 브렉퍼스트 준비해 두었습니다. 드시던 대로 빵은 크루아상, 커피는 블랙으로 내왔습니다.

(잠시 후)

빵을 다 드셨군요, 커피는 같은 걸로 한 잔 더 준비하겠습니다.

(접시를 치우고 커피를 가져온다)

여기 브라우니 한 조각도 곁들여 드세요.

노트북 배터리를 완벽히 충전해 두었습니다. 오늘은 볕이 좋으니 중정 앞 간이 테이블에서 쓰시면 어떨까요. 직원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아침 청소를 일찍 마쳤습니다.

어제 선곡하신 음악을 세 시간 분량으로 준비했습니다. 지금 시작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세 시간 후)

작가님, 오전 집중이 잘 되셨나요?

이제 점심 시간입니다. 하와이안 피자와 으깬 감자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전에 온 연락 중에서 중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거절했습니다.

(식사 후)

아포가토 한 잔입니다. 이따 산책 나가실 때 필요한 아이스 커피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산책 후 책상으로 돌아와)

그럼 두 시간 동안 집중하시도록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 시간 후)

작가님, 애프터눈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미니 스콘입니다.

(한 시간 후)

작가님, 오늘 저녁 식사는 알리오 올리오와 녹차로 간단히 하시고, 내일 떠나실 파리 글쓰기 여행의 준비물을 점검하셔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박물관과 유적지는 모두 빼고 카페 드 플로르를 시작으로 집필하기 좋은 카페와 근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코스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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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메이젤의 <글쓰기의 태도>를 읽고 썼다.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만이 당신의 글쓰기 공간을 보호할 수 있다. 당신은 교도소장이자 간수인 동시에 죄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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