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는 타임슬립 드라마다. 지진에 잠시 흔들렸다가 자고 일어나니 과거로 와 있다. 이런 설정을 진부하거나 어설프게 느끼지 않는 이유는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 덕분이다.
결혼식 장면 후에 둘은 법원 앞에 서 있다. 함께 산 1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들은 그렇게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며 살았다. 진주는 전업주부다. 반도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의사의 무시하는 말투와 거절하는 손짓을 매일 견디는 직업이다. 진주가 아픈 아이와 홀로 괴로워할 때 바로 달려오지 못하는 일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주어진 삶에 몸을 던져 살았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무거워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조금만 소통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오해와 설움이 쌓였다.
둘은 서로의 속마음을 몰랐다. 각자의 생각은 12회 동안 천천히 밝혀진다. 부부로 살던 시간을 회상하고 젊어진 상태에서 새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플롯의 가치를 읽었다. 적당한 시점에 적절한 정보를 주다가 갑자기 인물의 관계를 단절시켜 보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사건 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 살로 돌아간 부부는 새내기 생활을 즐긴다. 어리고 예뻐진 몸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에 취한다. 구식 핸드폰 너머 들리는 취중진담. 그땐 학교가 지겨웠는데 왜 그렇게 강의실이 그리운지… 십 년 후에는 지금이 미친 듯이 아쉬울지 모른다. 항상 그런 시간을 산다. 조금만 지나도 간절해질 시간을 보낸다. 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기억하며 지낸다.
나의 과거가 애틋하기는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더 좋다. 혼돈의 세계에 미아처럼 떠돌 때보다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언행을 통제하며 활용하는 지금이 마음에 든다. 심장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자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다는 대사가 있었다. 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나는 심장이 뛰는 범위를 제한해 선택적으로 들뜨는 지금이 좋다.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 산다. 진주의 엄마가 한 말이다. 진주는 돌아가신 엄마와 과거에서 만났다. 목욕탕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같이 술도 마시고 꼭 껴안고 잠들기도 했다. 반도는 아들이 그리웠지만 그래도 아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다. 아이를 낳는다면 물론 아이가 예쁘겠지만 너만 사랑하다 죽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내 미래의 딸(아들)보다 더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드라마는 부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사랑과 기억, 소통, 그리고 모성에 대해 말한다고 봤다.
앞으로도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순간에 충실해지고 싶다. 단편적인 쾌락이 아니라 매 순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시간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소중한 지금을 누리며 살고 싶다.